미군의 이란 유조선 공습으로 호르무즈 일대 긴장이 커졌지만 해협 자체가 막힌 것은 아직 아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대부분 이 해협을 지나는데, 우회 경로가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은 통과량의 일부에 그친다. 유조선 공격이 실제 통항 중단으로 번지는지, 사우디·UAE 우회 송유관이 얼마나 가동되는지가 상황을 가늠할 기준이다.

이번 확전에서 실제로 타격을 받은 대상을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현지시간 9월 8~9일 이란의 원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 인근에서 이란 소형 유조선 1척을 공습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반응이다. "즉각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모든 유조선이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지금 커지고 있는 위험은 해협을 물리적으로 걸어 잠그는 봉쇄가 아니라, 해협을 오가는 유조선 자체에 대한 공격과 나포 위협이다. 두 가지는 파급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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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원유가 바깥 바다로 나오는 사실상 유일한 관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로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석유제품이 이곳을 지나며,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물량의 80% 이상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로 향한다.
한국의 노출은 특히 크다. 무역 통계 기준 2025년 한국이 수입한 원유의 71.4%가 중동산이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나프타 역시 지난해 수입의 77.6%를 중동에 의존했다. 여기에 국내 정유 설비가 황 함량이 높은 중질 원유에 맞춰져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미국산 경질 셰일오일로 대체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대안 경로 자체는 존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페르시아만 압카이크에서 홍해 얀부 항구까지 약 1200km를 잇는 동서 송유관(페트로라인)을 40년 넘게 운영해 왔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송유관의 수송 능력은 하루 700만 배럴 수준이며, 실제 가동은 그보다 낮은 400만 배럴가량이다. UAE도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육상 송유로를 두고 있다.
문제는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와 UAE가 당장 끌어올릴 수 있는 우회 수송 능력을 하루 350만~550만 배럴로 추산한다. 호르무즈 통과량 2000만 배럴에 견주면 4분의 1 남짓이다. 걸프 산유국들이 우회 송유관 증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고,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하루 200만 배럴가량 더 늘리는 방안을 이웃 국가들과 협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이지 지금 당장 빈자리를 메우는 카드는 아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선사들의 운항 회피와 보험료 급등을 거쳐 실제 통항 중단으로 번지는가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개별 선박 공습과 경고이지, 해협을 통한 수송이 끊겼다는 확인은 없다. 둘째, 상황이 악화될 때 앞서 본 우회 송유관들이 얼마나 실제로 가동되느냐다.
이 조건에서 보면, 뉴스가 전하는 긴장 수위와 실제 공급 차질 사이에는 아직 간격이 있다. 통항이 유지되는 한 우회로의 한계가 곧바로 문제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간격이 좁혀지는 신호는 유가 뉴스보다 해협의 통항 지속 여부와 우회 송유관 가동률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