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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월 CPI는 전년 대비 3.7%로 예상을 웃돌았지만,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 CPI는 2.6%에 그쳐 둘 사이에 1.1%포인트 격차가 났다. 헤드라인을 끌어올린 건 한 달 새 9.1% 오른 휘발유값이라, 이번 상승의 성격은 추세적 물가보다 유가발 충격에 가깝다. 뉴스를 읽을 땐 헤드라인 숫자보다 근원물가, 예상치 대비, 전월 흐름, 상승을 주도한 항목을 순서대로 확인해야 시장 반응이 이해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는 461억 달러로 역대 2위 흑자를 기록했지만, 환율은 흑자 규모만큼 내려오지 않았다. 벌어들인 달러가 환전 지연과 해외투자로 외환시장에 곧장 풀리지 않았고, 미국 금리 같은 대외 변수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음 지표에서는 상품수지뿐 아니라 서비스·본원소득수지와 환전 속도, 대외 변수를 함께 봐야 환율 방향을 읽을 수 있다.
9월 말 외환보유액이 4405억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7억2000만 달러 줄며 넉 달 만에 감소했는데, 한국은행은 가장 큰 원인으로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대한 자산 위탁 등 대미 투자 자금 이동을 꼽았다. 이는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려 달러를 내다 판 2022년의 급감(196억 달러)과 성격이 달라, 보유액 유출이라기보다 투자 목적의 이동에 가깝다. 보유액 감소가 위기 신호인지는 감소 규모와 원인, 절대 수준, 경상수지·단기외채 같은 보조지표를 함께 봐야 하며, 다음 달 발표에서 감소가 일회성인지 추세로 굳는지가 관건이다.
AMRO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3.3%로 올리면서 반년 새 상향 폭이 1.4%포인트에 달했다. 상향의 근거는 대부분 AI 인프라 투자가 끌어올린 HBM·메모리 반도체 수출이어서, 성장도 물가도 반도체 한 축에 기대어 있다. 다른 기관 전망과 비교할 때는 숫자보다 반도체 수출을 얼마나 강하게 가정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9월 수출이 1209억 달러로 월간 처음 1200억 달러를 넘었고, 반도체가 603억 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기록을 끌어올린 힘은 해외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메모리 가격 급등이어서, 그만큼 수출이 한 품목과 해외 수요에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리·관세 정책과 빅테크 투자 속도, 중국의 저가 메모리 공세가 이 흐름을 꺾을 수 있어 메모리 가격과 투자 발표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8월 CPI는 전년비 3.4%로 전망에 부합했지만, 근원 CPI 전월비가 0.3%로 예상(0.2%)을 웃돌며 물가의 끈적임을 드러냈다. 근원 물가 반등으로 시장은 9월 15~16일 FOMC의 25bp 금리 인상 확률을 90% 가까이 반영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과 대출금리 방향을 가늠하려면 인상 여부보다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회견 톤, 한미 금리차를 함께 봐야 한다.
9월 1~10일 수출이 349억 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가 전체의 47%를 차지하며 270% 늘었다. 세 자릿수 증가율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부진에서 온 비교 착시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가 뒤를 받치고 있다. 이 온기가 실제 체감으로 바뀌는지는 9월 15일 수입물가 발표와 원·달러 1,300원대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7월 1일 1599원대에서 9월 초 1350원 안팎으로 두 달 새 약 250원 급락했다. 달러로 연료·원료를 사는 항공과 철강은 비용이 줄며 3분기 주가가 뛴 반면,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꾸는 자동차·조선·반도체는 조 단위 이익이 깎였다. 저점 매수로 달러예금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환율이 1300원까지 더 갈지는 미국 고용지표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세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