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월 1일 1599원대에서 9월 초 1350원 안팎으로 두 달 새 약 250원 급락했다. 달러로 연료·원료를 사는 항공과 철강은 비용이 줄며 3분기 주가가 뛴 반면,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꾸는 자동차·조선·반도체는 조 단위 이익이 깎였다. 저점 매수로 달러예금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환율이 1300원까지 더 갈지는 미국 고용지표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세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왔다. 7월 1일 1599.2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9월 들어 135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두 달 새 약 250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겹쳤다.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가 약해졌고,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며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파는 물량이 늘었다. 환율은 결국 달러의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지는데, 파는 쪽이 많아지자 값이 내린 것이다.
환율 하락은 경제 전체로 보면 좋고 나쁨을 한마디로 가르기 어렵다. 같은 원화 강세가 어떤 회사에는 비용을 깎아 주고, 어떤 회사에는 매출을 줄인다. 갈림길은 그 회사가 달러를 '쓰는 쪽'이냐 '버는 쪽'이냐에 있다.

Mariya Eskina
항공사가 대표적인 수혜주다.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내리면 같은 기름값이라도 원화로 나가는 돈이 줄어든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포함된 KRX운송지수는 3분기에 13.8% 올라 주요 업종지수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철강도 비슷한 이유로 웃었다. 철광석과 원료탄 같은 핵심 원료를 달러로 사 오다 보니, 원화가 강해지면 원료 구입 부담이 가벼워진다. KRX철강지수는 3분기에 11.7% 상승했다.
| 업종 | 3분기 KRX 지수 | 환율 영향 |
|---|---|---|
| 항공(운송) | +13.8% | 수혜 |
| 철강 | +11.7% | 수혜 |
| 자동차 | -10.2% | 부담 |
반대편에는 해외에서 달러로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수출업종이 있다. 달러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 손에 쥐는 금액이 줄기 때문이다. KRX자동차지수는 3분기에 10.2% 내렸다. 현대차·기아는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 연간 영업이익이 약 2000억~3000억원 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도 수주 대금을 달러로 받는 구조라 타격이 있다. 환율 10원 하락에 한화오션은 약 177억원, HD현대중공업은 141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환율 부담 등을 반영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0% 낮췄는데, 원화 강세 영향만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도 전망치를 3% 하향했다. 수출 호조가 환율을 끌어내리고, 그 환율이 다시 수출기업 이익을 깎는 구조인 셈이다.
환율이 내리자 개인과 기업은 오히려 달러를 사들였다. 값이 쌀 때 미리 확보해 두려는 저점 매수 심리다. 9월 3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69억8300만달러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7월 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10.9%, 약 75억달러가 불었다.
기업 예금이 606억달러대로 9.5% 늘었고, 개인 예금도 136억달러대로 7.6% 증가했다. 수출기업은 받은 달러를 당장 원화로 바꾸지 않고 환율이 오르길 기다리고, 수입기업은 결제에 쓸 달러를 미리 사 두면서 달러가 은행에 쌓였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연말께 13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시점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예상보다 빠르게 1300원에 닿을 수 있다는 관측과 속도가 과했다는 경계론이 함께 있다.
방향을 가늠하려면 두 가지를 보면 된다. 하나는 미국 고용지표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행보로, 달러 자체의 강약을 좌우한다. 다른 하나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세다. 반도체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며 달러 공급이 이어질지가 국내 요인의 핵심이다. 다만 환율은 여러 변수가 얽혀 움직이는 만큼, 특정 지점을 미리 확정해 두기보다 이 지표들의 변화를 확인하며 따라가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