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국회 동의라는 국내 절차 쟁점에 파병 이후의 안전 위험이라는 다른 층위의 압박이 더해졌다. 미군의 이란 유조선 3척 타격 등 현지 충돌이 실제로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파병은 비전투 형태로 검토되고 있을 뿐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논의 일정과 미국 요청의 범위가 파병의 성격과 위험도를 가를 확인 포인트다.

이란이 한국을 직접 겨냥했다. 이란 안보·정치 부문 고위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이 이란에 맞서는 데 개입할 경우 이를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호르무즈 파병 논의의 쟁점은 대체로 국내 문제, 즉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에 있었다. 이란의 경고는 그 셈법에 성격이 다른 변수를 하나 더 얹었다.
국회 동의는 절차의 문제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상대국이 파병 자체를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나오면, 이는 파병 이후 우리 선박과 국민, 현지 교민이 감당할 위험의 문제로 넘어간다. 두 압박은 층위가 다르다.
이란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불법 군사 작전 협력 강요에 응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파병을 결정하기 전부터 여론전이 시작된 셈이다.

Enzo Renz
이 경고가 공허하지 않다는 점은 현지 상황이 보여준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 해군 군함 2척에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고, 미군은 곧바로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해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우리 배 2척을 공격하면 3척을 타격하겠다"며 이란 원유 수송 선단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란도 선박 방해가 계속되면 공격하겠다고 맞받았다.
파병을 논하는 무대가 지금 이런 상태라는 사실은 짚고 가야 한다. 안전한 항로에 배 한 척 보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파병의 형태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비전투 쪽에 가깝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 4일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운신할 수도 있다"고 했고, 실제 후보로는 수색·구조 부대,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전력 등이 거론된다.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나온다.
다만 분명히 할 점이 있다. 파병은 아직 확정이 아니다. 구체적인 파병안도, 국회에 동의안을 낼지도 최종 결정되지 않았고 여당 일부는 반대하고 있다. 이 논의를 움직인 배경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할 확대 요구가 있다.
절차도 간단치 않다. 헌법상 국군의 해외 파견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새 부대를 편성해 보내려면 파견 목적·규모·임무·작전구역을 담은 동의안을 국회에 내고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청해부대를 쓰더라도 기존 파병 범위를 벗어난 해역에서 작전하려면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상황을 스스로 따라가려면 두 지점을 보면 된다.
지금 단계에서 파병의 최종 형태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확정된 사실과 검토 중인 방안을 구분해 보는 것이 이 사안을 읽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