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푸틴이 8월 31일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슈케크에서 만나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논의하지만, 공급가 이견으로 이 상징적 사업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인도의 균형 외교까지 감안하면 SCO는 견고한 반미 동맹보다 사안별로 협력하는 느슨한 다극 협의체에 가깝다. 한국은 공동선언의 한반도 관련 문구, 중러 군사협력 수위, 가스관 타결 여부를 지표로 밀착의 실제 강도를 읽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얼굴을 맞댄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만남이다.
올해 SCO 회의는 창설 25주년이라는 상징성을 안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며 안보, 무역, 에너지, 연결성이 주요 의제로 오른다. 회의의 큰 그림은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서 유라시아 국가들이 독자적 협력의 폭을 넓히는 데 있다.
중요한 건 이 다자 무대에 얹힌 개별 회담이다. 특히 시진핑과 푸틴의 양자회담은 두 나라의 밀착이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Mumtaz Niazi
두 정상 회담의 핵심 안건은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이다.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러시아는 연간 500억㎥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에게는 출구이고, 중국에게는 안정적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이 상징적 사업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두 나라는 공급 가격을 비롯한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지난 5월 푸틴의 중국 방문 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를 읽을 수 있다. 중러는 전략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까지 하나로 포개진 관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밀착의 상징인 가스관에서조차 가격을 두고 밀고 당긴다는 사실 자체가, 이 연대의 성격을 가늠하게 한다.
이 모임을 하나의 반미 블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참여국들의 셈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장 뚜렷한 사례가 인도다. 인도는 SCO에 참여하면서도 특정 진영에 편입되기보다 여러 강대국과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균형 노선을 고수해 왔다. 중국과는 국경 갈등의 앙금이 남아 있어,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과 모디의 회동이 관계 개선 신호로 주목받는 상황 자체가 이 블록의 내부 결이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SCO는 미국에 맞선 견고한 동맹이라기보다, 서방 주도 질서에 불만을 가진 국가들이 사안별로 협력하는 느슨한 다극 협의체에 가깝다. 반미라는 큰 방향은 공유하되, 그 안에서 각자 이익을 저울질한다.
그렇다면 이 회담을 한국의 외교·안보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장도 방심도 위험하다. 판단을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잡아두는 편이 낫다.
첫째, 공동선언의 문구다. 비슈케크 선언에 한반도나 북핵 관련 표현이 들어가는지, 들어간다면 어떤 톤인지가 중러의 대한반도 입장을 읽는 단서가 된다. 둘째, 중러 군사협력의 수위다. 연합훈련이나 무기·기술 협력이 언급되면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공조가 더 느슨해질 여지를 시사한다. 셋째, 가스관 합의 여부다. 이번에 가격 문제가 타결된다면 밀착이 한 단계 깊어졌다는 신호이고, 이번에도 미뤄진다면 연대의 실질적 한계를 다시 확인하는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 실제 변수는 화려한 정상회담 사진이 아니라 이런 구체적 결과물이다. 두 정상이 무엇을 발표했느냐보다, 무엇을 합의하지 못했느냐를 함께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