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9월 1일 북미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면서도 구체적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고 대화 징후만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스틸 주한미국대사와 한국 북핵대표의 회동, 이재명 대통령의 정전체제→평화체제 발언이 이 흐름과 맞물리며 한국은 여건을 만드는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실제 성사까지는 접촉 확인과 일정 확정, 비핵화 개념 합의라는 관문이 남아, 새 발표가 나오는지 실무 징후가 쌓이는지를 나눠 지켜봐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9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동시에 "북미 간 구체적 접촉이 팩트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대화의 징후는 있다"고 선을 그었다. 회담을 가로막던 분위기가 풀리고 있다는 신호이면서도, 실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문은 열렸지만 아직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두 문장의 간극이 핵심이다. '가능하다'와 '정해졌다'는 다르고, '징후'와 '합의'도 다르다. 일부에서는 11월 성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국정원은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고 접촉 사실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기대와 확정을 섞어 읽으면 실제보다 상황을 앞서가게 된다.

RDNE Stock project
징후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은 있다. 9월 2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와 한국 측 북핵 대표인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외교부는 구체적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제반 현안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긴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만 밝혔다.
내용이 비공개라는 점 자체가 조율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런 실무 접촉은 정상회담의 준비 단계일 수도, 원론적 공조 확인일 수도 있어 그 자체를 회담 임박의 근거로 삼기는 이르다.
한국 정부는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려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일 인천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책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반드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의 방점은 한국의 역할에 있다.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한국이 만들어야 하며,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회담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지만, 한국은 판을 깔고 유지하는 조정자 자리를 자임하고 있다.
방향이 잡혀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핵화를 둘러싼 근본 입장차에 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북한 외무성은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대미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담이 열려도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도 변수다. 최근 비핵화 문제에 대한 답변을 피하는가 하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고, 한국을 향한 비판도 내놓고 있다. 결단이 열어놓은 가능성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다. 국정원이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한 단계로 본다고 밝힌 대목도, 북한 내부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대화의 문은 분명히 이전보다 열려 있다. 그러나 접촉 확인, 일정 확정, 비핵화 개념의 합의라는 세 관문이 아직 남아 있고, 이 중 하나만 어긋나도 회담은 다시 멀어질 수 있다. 당분간은 새로운 '발표'가 나오는지, 아니면 실무 접촉 같은 '징후'가 쌓이는지를 구분해서 지켜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