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현재 호르무즈를 둘러싼 상황은 실제 봉쇄가 아니라 이란의 경고와 미국의 파병 요구가 오가는 외교 긴장 단계다.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5%가 지나는 길목인 만큼 실제 충돌이 확인되면 유가는 하루 안에 4%대까지 반응하지만, 국내 주유소 가격에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옮겨온다. 실제 통항 차질 발표와 브렌트유 방향, 2~3주 뒤 국내 주간 가격을 순서대로 지켜보는 것이 판단 기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올라왔지만, 9월 현재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 벌어진 일은 실제 봉쇄나 대규모 교전이 아니라 외교·군사적 압박에 가깝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9월 4일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을 통해,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하면 "직접적인 군사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는 흐름에 대한 견제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투자 압박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해 안보 역할을 하라"는 단계까지 요구하고 있고, 한미 관계는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껄끄러운 국면에 들어섰다.
정리하면, 시장이 움직일 방아쇠는 아직 당겨지지 않았다. 다만 방아쇠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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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5%, 하루 평균 2,000만 배럴가량이 지나는 통로다.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도 이곳을 거친다. 대체 항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은 원유의 상당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이 길이 좁아지면 직접 영향권에 든다. 그래서 실제 봉쇄가 아니어도, 봉쇄 '가능성'만으로 유가에 이른바 전쟁 프리미엄이 붙는다.
가까운 사례가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통항을 두고 선박 공격과 공습까지 주고받았던 7월 13일,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4%대로 뛰었다.
당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26% 오른 배럴당 79.2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4.34% 오른 74.51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아시아 증시도 닛케이가 2.34% 내리는 등 위험 회피 심리가 함께 나타났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두 가지다. 실제 물리적 충돌이 확인되면 유가는 하루 안에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그 폭이 4% 안팎으로 작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처럼 말의 공방만 오가는 국면에서는 그만큼의 급등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다음 날 주유소 가격이 그대로 오르지는 않는다. 중동에서 원유를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데 약 20일이 걸리기 때문에,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단, 이 시차는 늘 일정하지 않다. 주유소와 정유사가 "앞으로 더 오른다"고 판단하면 사재기와 공급단가 인상이 겹쳐 며칠 만에 오르기도 한다. 오를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켜볼 신호는 순서가 있다. 첫째, 실제 통항 차질이나 이란의 봉쇄 조치가 발표되는지. 둘째, 브렌트유가 하루 몇 퍼센트씩 방향을 잡는지. 셋째, 그로부터 2~3주 뒤 국내 주간 휘발유 가격이 상승으로 돌아서는지다.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판단은 이렇다. 뉴스 헤드라인의 '긴장'만 보고 미리 가득 채울 필요는 없지만, 실제 봉쇄나 공습이 확인되는 순간부터는 2~3주 뒤 지갑을 염두에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외교 협상이 봉합되면 붙었던 프리미엄은 다시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