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9월 2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내 생산 기업에는 관세를 감면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리는 반도체 표적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텍사스와 인디애나에 대규모 생산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방어선을 갖췄지만 추가 투자 압박과 완제품까지 넓어지는 관세 범위가 새 변수다. 구체적인 관세율과 면제 기준, 한미 합의 최혜국 조항의 실제 적용 방식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파장의 크기를 단정하기 어렵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9월 2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수입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발언의 뼈대는 단순하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 감면을 받고,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식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러트닉은 글로벌 제약사에 적용했던 모델을 반도체에 이식하겠다고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약속하거나 약값을 낮추면 관세를 유예·면제·감면해줬는데, 같은 구조를 칩에도 쓰겠다는 뜻이다. 관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유치를 압박하는 지렛대라는 성격이 분명하다.
관세율은 이번 발언에서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러트닉은 올해 1월에도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100% 관세"라는 발언으로 한국과 대만을 압박한 바 있다. 100%라는 숫자는 1월 시점의 언급이고, 9월 발언은 아직 검토 단계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Photo by Paul .T on Unsplash
국내 두 기업에는 방어선이 있다. 표적관세의 핵심 조건이 '미국 내 생산'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현지 생산 투자를 상당히 진행해 둔 상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1공장에 7월 장비 반입을 마치고 시범 생산을 거쳐 연내 가동에 들어간다.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한 2공장 착공은 연말로 잡혀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28년 HBM 패키징 생산기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곽노정 사장은 기공식에서 "인디애나 팹은 최초로 메이드 인 USA HBM을 제공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측면의 안전판도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미 무역합의에서 최혜국 조항을 확보해, 대만 등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받도록 해뒀다. 참고로 대만은 TSMC·마이크론이 약 1조2천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정했고, 미국은 건설 중 수입량의 2.5배, 완공 후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무관세로 열어주는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관세 범위다. 러트닉은 칩 자체를 넘어 반도체가 들어간 완제품, 즉 데이터센터 서버와 가전제품, 노트북, 게임 콘솔까지 관세 대상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점이 방어선의 한계를 드러낸다. 삼성·SK가 미국에서 칩을 생산해 관세를 피하더라도, 그 칩이 다른 나라에서 조립된 완제품에 실려 미국으로 들어가면 다시 관세 논쟁에 걸릴 수 있다. 반도체 단품 관세만 놓고 대응 전략을 짜기 어려운 이유다.
또 하나는 추가 투자 압박이다. 한국은 무역 합의에 따라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를 협의 중인데, 미국은 대만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국가별로 투자 규모와 시장 점유율에 맞춰 개별 협상하겠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최혜국 조항이 있어도 실제 적용 방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을 나눠 보는 편이 낫다. 확정된 것은 관세의 방향성, 곧 '미국 생산이면 감면, 아니면 관세'라는 원칙과 제약 모델 차용이다. 아직 아닌 것은 구체적인 관세율, 면제 기준의 배수, 한국에 대한 적용 방식이다.
이 조건이라면 실무적으로 챙길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관세율과 면제 기준의 구체 수치가 나오는 시점. 배수 기준이 대만식으로 정해질지가 국내 기업 부담을 좌우한다. 둘째, 완제품 관세의 범위와 원산지 판정 기준. 셋째, 한미 개별 협상에서 최혜국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가다.
삼성·SK가 미국 생산에 미리 투자한 것은 이 압박을 예상한 선제 대응에 가깝다. 다만 세부 규정이 나오기 전에는 방어선이 얼마나 넓게 유효할지 단정하기 어렵다. 관세율 발표와 한미 협상 결과가 나오는 다음 국면을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