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푸틴이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에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다시 논의한다. 연 500억㎥ 규모의 이 사업은 6년째 노선엔 합의하고도 공급 가격에서 막혀 최종 계약이 미뤄져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커진 중국의 협상력과 몽골 경유 문제가 이번 합의 여부를 가를 변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난다. 두 정상 사이의 오랜 숙제인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이 이번에도 회담 테이블에 오른다.
이 사업은 러시아 야말반도의 천연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는 대형 파이프라인이다. 연간 500억㎥를 수송할 수 있는 규모로, 러시아가 유럽을 대신할 최대 수출로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협상은 2020년 시작돼 벌써 6년째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각 분야 협력 심화" 같은 원론적 표현만 내놓았다. 구체적 성과를 예고하지는 않았다.

征宇 郑
이 사업이 표류해 온 핵심 원인은 노선이 아니라 돈이다. 중국은 낮은 가격에 오래 공급받기를 원하고, 러시아는 되도록 높은 값을 받으려 한다. 공급 가격과 물량이라는 조건에서 양측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방중 정상회담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두 나라는 파이프라인 노선과 건설 방식에는 기본적으로 합의했지만, 명확한 일정과 세부 조건은 확정하지 못했다.
여기서 구분이 필요하다. 2025년 9월 가스프롬과 중국 CNPC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일 뿐, 가격을 못 박은 최종 공급계약과는 다르다. 노선은 그렸지만 값을 정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 셈이다.
협상의 무게추는 중국 쪽에 기울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는 유럽이라는 최대 시장을 사실상 잃었다. 팔 곳이 마땅치 않은 러시아로서는 중국이 절실하고, 그만큼 중국은 급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카타르·호주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 등 대체 공급원을 여럿 쥐고 있다. 러시아 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부담이다. 서방의 대러 2차 제재 우려까지 겹쳐, 중국은 유리한 가격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해 왔다.
경유국 변수도 있다. 이 가스관은 몽골을 통과하도록 설계됐는데, 몽골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 왔다. 세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야 삽을 뜰 수 있다.
만약 이번에 가격까지 타결된다면 국제 에너지 지도가 흔들린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막힌 물량을 아시아로 돌릴 안정적 통로를 확보하고, 대중 에너지 의존이 한층 깊어진다.
중국은 값싼 육상 가스를 장기 확보해 LNG 수입 의존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아시아로 향하던 LNG 물량에 여유가 생겨,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가스 가격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신중해야 한다. 노선 합의와 MOU가 있었어도 최종 계약은 번번이 미뤄졌다. 중국의 협상력 우위가 유지되는 한, 러시아가 가격을 양보하지 않으면 이번 비슈케크 회담도 또 하나의 '진전'에 그칠 수 있다. 성사 여부는 결국 러시아가 얼마나 낮은 값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