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8월 말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로의 유조선을 직접 공격하는 보복전에 들어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대 중반으로 뛰었다. 군사시설이 아니라 원유 수송로 자체를 겨냥한 충돌이라 공급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내 주유소 가격과 물류비에 시차를 두고 번진다. 소비자는 두바이유 가격, 원·달러 환율,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함께 봐야 실제 부담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이란의 호르무즈 카드는 대부분 말에 그쳤다. 봉쇄를 경고하거나 기뢰 설치를 시도하는 선에서 멈췄고, 그때마다 유가는 잠깐 튀었다가 가라앉았다. 이번은 성격이 다르다.
8월 31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됐다. 사우디 국적 시드르호와 라이베리아 국적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로, 각각 200만 배럴씩 모두 4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었다.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는 한국 해운사 시노코가 운항하던 배다. 이튿날인 9월 1일 낮 미국은 이란 표적을 겨냥한 새 공습에 들어갔고, 9월 5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유조선과 미국 관련 선박 등 6척을 공격했다고 맞받았다. 양측 주장은 척수부터 엇갈린다.
핵심은 표적이 군사시설이 아니라 원유를 실어 나르는 배 자체라는 점이다. 위협 단계에서 해상 물류를 직접 압박하는 경제전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 구도라면 유가는 한 번 치솟았다 내려오기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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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이곳이 좁아지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8월 31일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척으로, 평상시 열흘 평균 약 14척에 크게 못 미쳤고 유조선 통과는 0척이었다. 공급 자체가 아니라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가격을 밀어 올린다.
숫자로 보면 브렌트유는 9월 초 배럴당 96달러대까지 올라 한 주 만에 7% 넘게 뛰었고, 서부텍사스산원유도 91달러선으로 약 10%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올랐다.
다만 국제유가가 오늘 오른다고 주유소 가격이 내일 바뀌지는 않는다. 국제 원유가와 해상 운임·보험료가 오르면 정유사 공급가에 반영되고, 그것이 다시 주유소 가격으로 넘어오기까지 업계에서는 통상 2~3주가 걸린다. 여기에 원화가 약해지면 같은 유가라도 수입 단가가 더 올라 부담이 커진다.
뉴스의 브렌트유·WTI 숫자보다 소비자에게 더 직접적인 지표가 있다.
첫째, 두바이유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 가격이어서 국내 주유소 가격과 가장 가깝게 움직인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 근처에 붙으면 국내 반영 폭도 그만큼 커진다고 보면 된다.
둘째, 원·달러 환율이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유가가 제자리여도 원화가 약해지면 국내 기름값은 오른다. 유가와 환율을 같이 봐야 방향이 보인다.
셋째,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다. 정부의 세율 결정은 국제유가와 상관없이 리터당 가격에 곧바로 반영된다. 인하가 종료되거나 축소되면 유가가 그대로여도 주유소 가격은 뛴다.
실제 부담을 확인하려면 오피넷의 전국 주유소 평균가를 주기적으로 보면 된다. 지금 시점에서 국내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는 아직 확정된 수치가 없다. 호르무즈 통항이 언제 정상화되느냐에 달려 있고, 그 전까지는 위 세 지표의 방향으로 흐름을 가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