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3,500억 달러 대미투자 패키지의 후속 사업으로 약 1,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8기 건설을 검토하며 이르면 9월 18일 서명을 추진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AP1000과 한국형 APR1400을 섞는 구조라 바라카·체코에 이은 한국 원전기업의 대형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 큰 틀만 합의한 프레임워크 단계다. 8기의 모델 배분과 상업성,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가 한국 기업의 실제 수주 규모를 가른다.

한미 양국이 추진하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에너지 사업 윤곽이 잡히고 있다. 첫 사업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6.3GW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투자액은 약 223억 달러, 1.4GW 가스터빈을 먼저 세우고 4.9GW 복합화력으로 늘리는 3년짜리 계획이다.
원전 8기는 그다음 사업이다. EBN 보도에 따르면 총 투자액은 약 1,200억 달러, 1기당 150억 달러 수준으로 논의된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가운데 1,400억 달러 이상이 이런 에너지 인프라에 몰린다. 미국의 전력 수요 급증과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가 배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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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8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1.1GW급)과 한국형 APR1400을 섞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배분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 보도는 8기 중 6기를 AP1000, 2기를 APR1400으로 본 반면, 다른 보도는 초기 4기 중 2기를 APR1400으로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이번 합의가 구체적 사안까지 못 박기보다 '8기 건설 추진'이라는 큰 틀만 담는 프레임워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즉 8기라는 숫자는 방향이고, 어느 기업이 몇 기를 맡느냐는 뒤에 붙는 협상 사안이다.
한국 원전기업에 미국 시장이 열린다면 이는 처음 겪는 형태가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UAE 바라카에 APR1400 4기를 지었고, 이 사업 규모는 약 186억 달러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도 진행 중이다. 참고로 이번 원전 8기 사업이 논의대로 1,200억 달러 규모로 성사되면 바라카의 여섯 배가 넘는다. 한국 기업이 그중 얼마를 맡느냐에 따라 체감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미국 프로젝트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였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이 자사 기술에 기반했다며 2022년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2025년 1월 한전·한수원과 분쟁을 타결하며 소송을 철회했다. APR1400의 미국 관련 수출을 막던 걸림돌이 풀린 셈이다. 이번에 APR1400이 미국 부지 후보에 오른 것도 이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종 서명(MOU)은 이르면 9월 18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부는 다음 주 '대미투자 1호' 세부사항을 국회에 비공개로 보고할 예정이다. 서명 전까지 숫자는 바뀔 수 있다.
관건은 상업성이다. 토마스 번 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프로젝트를 고를 때 수익성 같은 상업적 타당성과 한미 양국의 전략적 이해를 함께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 TSMC를 예로 들며 국내 제조 역량을 유지하면서 투자해야 한다는 산업공동화 우려도 덧붙였다.
정리하면 지금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8기 중 APR1400 배분이 몇 기로 굳어지는지, 1기당 150억 달러라는 사업성이 실제 계약에서 유지되는지, 그리고 국내 원전 생태계에 일감이 남는 구조인지다. 이 세 변수가 풀려야 '기회'가 '수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