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신중 기류를 이어가는 가운데 9월 18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 파병이 결정되면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지나는 이 해협에서 유가와 해운 비용 경로를 통해 국내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회담에서 파병의 규모와 성격, 국민 안전·자유항행 우선 원칙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관건이다.

호르무즈 파병은 정해진 사안이 아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월 17일 미국으로 떠나면서 "우리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요소를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에 파병 문제를 "내부 숙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압박은 미국 쪽에서 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파병 회피에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고, 물밑 요구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여당 안에서는 반대와 속도조절론이 확산됐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병력 대신 조선·플랜트 재건 지원 같은 '제3의 방안'까지 거론됐다.
그래서 지금 검토되는 형태는 전투 파병과는 거리가 있다. 함정을 포함한 수백 명 규모 파병은 부담이 크다는 판단 아래,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장비 같은 비전투·방어적 성격의 전력을 최소한으로 보내는 방안이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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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호르무즈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20~25%가 지나는 길목이고, 한국은 2025년 원유 수입량 1억3700만 톤 가운데 약 69.6%를 이 해협을 통과하는 사우디·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산에 의존했다. 수입 원유 열 통 중 일곱 통이 이 좁은 바다를 지난다는 뜻이다.
파병이 실제 영향을 주는 통로는 크게 둘이다. 첫째는 유가다. 파병으로 역내 긴장이 높아지거나 한국이 분쟁 당사자로 인식되면, 실제 공급 차질이 없어도 위험 프리미엄이 국제 유가에 먼저 반영될 수 있다. 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과 산업용 에너지 비용으로 옮겨온다.
둘째는 해운·물류 비용이다. 위험 수역을 지나는 선박에는 전쟁위험할증보험료가 붙고, 항로를 우회하면 운항 일수와 연료비가 늘어난다. 이 비용은 결국 운임에 실려 수입 물가로 되돌아온다. 다만 이는 봉쇄나 실제 충돌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이며, 소규모 방어 전력 파견만으로 곧장 현실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능성과 확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여당이 신중론을 접지 못하는 이유도 이 지점과 닿아 있다. 국제사회가 아직 공동 대응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병력을 보내면, 자유항행을 지키려던 명분이 오히려 이란과의 관계를 자극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조선·플랜트 재건 지원 같은 '기여'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도 군사적 개입의 부담을 줄이면서 미국의 요구에 답하려는 절충 시도로 볼 수 있다.
분기점은 1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다. 조현 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의 양자회담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같은 날 국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이 조건이라면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파병의 '규모와 성격'이 전투 병력인지 비전투 지원인지, 조 장관이 강조한 '국민 안전과 자유항행 우선' 원칙이 미국의 요구와 어떻게 조율되는지, 그리고 2000억 달러 규모로 미뤄진 대미 투자 발표가 파병 논의와 함께 다뤄지는지다. 정부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만큼, 이날 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방향이든 확정으로 읽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