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이란 연계 계정이 클로드로 중동 주둔 미 해군의 표적 정보를 정리하려던 시도를 적발해 정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공개된 정보를 엮는 준비 단계였고 실제 공격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확전 여부는 이 사건보다 호르무즈의 교전과 파병 결정 같은 물리적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

앤트로픽이 이번 주 공개한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적발해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 계정은 자사 AI인 클로드를 이용해 중동에 주둔한 미 해군의 위치와 표적 정보를 정리한 일종의 추천서, 즉 타겟팅 핸드북을 만들려 했다.
주목할 점은 그 방식이다. 새로운 무기나 해킹 도구를 만든 게 아니라 이미 공개된 정보를 긁어모아 엮는 작업이었다. 군사 사진 캡션에서 미 해군 인원 명단을 추출하고, 함선과 항공기의 트랜스폰더 식별 정보, 상업용 위성영상을 조회하는 스크립트, 미군 이동을 노출하는 공개 웹사이트 목록을 종합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겼다.
앤트로픽은 해당 계정을 차단하고 새로운 탐지 도구를 개발했으며 정부 당국과 위협 정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8월까지 탐지·차단한 사례를 담은 154쪽 분량으로, 사이버 공작과 영향 공작, 감시, 재래식 무기 개발 등 일곱 개 범주를 다룬다. 이란 계정 외에도 예멘 후티 반군과 연계된 세력이 사거리 2천㎞가 넘는 다단계 탄도미사일 개발에 클로드를 쓰려 한 시도도 함께 적발됐다.
Photo by Planet Volumes on Unsplash
이 사건은 최근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시기가 겹친다. 하지만 둘을 곧바로 하나의 사건으로 묶기는 어렵다.
물리적 충돌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9월 5일 이란 유조선을 겨냥한 작전을 벌였고, 이란은 유조선과 미국 관련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호르무즈에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 처리반 파견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란은 한국이 개입하면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 보고서는 이런 물리적 사건들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AI 악용은 정보 수집이라는 준비 단계의 문제이고, 교전과 파병 논의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문제다. 시점이 겹친다는 이유로 하나의 확전 시나리오로 읽으면 사실을 앞질러 해석하게 된다.
이번 사건 하나만으로 군사적 확전을 판단하려면 몇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먼저 이번 AI 악용은 '역량'이 아니라 '의도'의 신호에 가깝다. 클로드가 없어도 공개정보로 가능한 작업을 대신 시킨 것이어서, 새로운 공격 능력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핸드북 작성은 시도 단계였고 실제 공격으로 이어졌는지, 피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이 탐지·차단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경로가 막혔음을 뜻한다.
확전 여부를 가늠하려면 AI 뉴스보다 물리적 지표를 봐야 한다. 호르무즈에서의 추가 교전, 미국과 이란의 병력·자산 이동,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실제 파병 결정이 그것이다. AI 악용 적발은 이런 지표를 대체하는 신호가 아니라, 이미 긴장이 높은 지역에서 정보전이 어떤 도구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에 가깝다.
정리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적대 세력이 상용 AI를 표적 정보 수집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방법의 변화를 드러낸 자료다. 반면 실제 확전의 방아쇠는 여전히 해상에서의 물리적 충돌과 각국의 파병 결정 쪽에 있다. 두 층위를 섞지 않고 따로 지켜보는 편이 상황을 오독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