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12일 뉴델리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두 나라가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라고 선언했다. 2020년 국경 충돌로 얼어붙었던 관계가 풀린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라는 공통 변수가 있다. 다만 국경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완전한 밀월로 보기는 이르며, 공급망과 결제 질서 변화의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했다.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모디 총리는 "중국과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시 주석은 두 나라 관계를 "재출발에서 재도약"으로 표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무엇이 두 나라를 다시 마주 앉게 했는지부터 봐야 한다.

Peter Steiner 🇨🇭 1973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2020년 히말라야 국경의 갈완 계곡 충돌 이후 얼어붙어 있었다. 그 냉각을 풀어낸 것은 두 나라 사이의 화해라기보다, 밖에서 온 공통의 압력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는 중국과 인도 양쪽을 동시에 압박해 왔다. 서로를 견제하던 두 나라가 같은 상대를 마주하게 되자, 대립보다 협력의 실익이 커진 것이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에 반대하고, 다른 나라의 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에도 반대한다"고 한 발언은 이름을 대지 않았을 뿐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크게 네 갈래였다.
첫째는 국경이다. 갈완 충돌 이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실질통제선(LAC)에서의 병력 배치와 국경 관리 방식을 논의했다. 둘째는 경제협력 복원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인도의 안보 심사와 비자 지연 등 투자 불신을 푸는 문제다. 셋째는 글로벌 사우스 협력, 즉 IMF 지분과 세계은행 지배구조 개혁 같은 국제 거버넌스 문제다.
넷째가 눈에 띈다. 달러를 거치지 않는 국가 간 직접 결제다. 인도는 브릭스 회원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결해 국경 간 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결제망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밀월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국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모디 총리는 대만·티베트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자국 내 반중국 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탈달러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인도는 중국 중심의 금융질서에는 경계심을 갖고 있어, 달러를 대체하는 공동통화보다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수준의 협력을 선호한다. 손을 잡되 거리는 둔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이 변화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공급망이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 주목받았는데, 두 나라가 교역과 투자를 다시 늘리면 그 대체 구도가 단순하지 않게 된다. 다른 하나는 결제 질서다. 달러를 우회하는 결제망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미국 중심 무역 질서에 맞춰온 한국 기업은 양쪽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물론 아직은 방향과 의제 수준의 합의가 대부분이고, 국경이라는 근본 변수가 남아 있어 실제 이행은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의도와 무관하게 경쟁하던 두 대국을 같은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이 방향성 자체가 점검해야 할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