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연료로 쓸 저농축우라늄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2026년 6월 첫 협상 뒤 후속 논의는 답보 상태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국 승인 없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 설득과 비확산 검증, IAEA 별도 약정이 앞으로 협상 속도를 좌우할 지점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핵심은 디젤이 아니라 원자로다. 그 원자로가 연료로 쓰는 것이 우라늄이고, 여기에 필요한 것이 저농축우라늄이다. 우라늄235 비율이 20% 아래인 연료를 말한다. 무기급 고농축이 아니라 상용 원전에 가까운 수준이다.
저농축으로도 잠수함은 충분히 돌아간다. 프랑스의 루비급과 바라쿠다급이 저농축우라늄으로 운용되는 실례다. 저출력 운전을 주로 하면 연료를 10년 가까이 갈지 않고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이 연료를 어디서, 어떻게 손에 넣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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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원전을 여럿 돌리는 나라지만, 정작 우라늄을 자체적으로 농축할 권한이 사실상 없다.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국 동의 없이는 우라늄 농축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 문제가 겹친다. 한국 상업용 원전 인프라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 기술을 활용한 핵잠수함 개발은 협정이 정한 평화적 이용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결국 연료를 미국에서 사 오든, 미국의 동의를 받아 국내에서 농축하든, 어느 쪽이든 미국의 손을 한 번은 거쳐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서 핵연료를 장기 구매하거나 미국 내 농축 시설에 투자하는 길 대신, 독자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권한을 갖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도 함께 요구했다.
미국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보겠다는 선에서, 한국의 농축 기술과 시설을 어떻게 검증할지,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어떻게 확인할지, 미국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청과 승인 사이의 거리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작은 빨랐다. 한미는 2026년 6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핵잠수함 도입과 농축·재처리 권한을 다룰 첫 실무협상을 열었다. 하지만 7월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2차 회의는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미뤄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쪽 절차는 따로 움직인다. 한국은 9월 7일 IAEA에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제14조 관련 별도 약정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공식 통보했다. 군사용 핵물질을 사찰 체계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 미리 정리하려는 절차다. 정부가 잡은 목표는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다.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가 아직 멀다.
협상 속도를 가를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이 가운데 어디에서 소식이 나오는지를 보면, 협상이 다시 움직이는지 아니면 여전히 멈춰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