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전쟁 파병은 없다' 발언을 NYT는 트럼프 요청 거절로, 청와대는 거절이 아니라고 정반대로 해석했다. 쟁점은 전투 파병 배제를 요청 전체 거부로 볼지 여부이며, 정부는 청해부대 강화·해상초계기 등 비전투 기여를 여전히 검토 중이다. 결정은 끝난 게 아니라 미뤄진 것으로, 미국 압박과 국내 반대 사이에서 수위가 정해질 시점을 지켜봐야 한다.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국 선박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 날 이 발언을 두고 "한국 지도자가 트럼프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요구해 온 호르무즈 협조 요청을 한국이 사실상 걷어찬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했다. 9월 19일 청와대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라며 NYT 보도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Werner Pfennig
두 입장이 부딪히는 지점은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전투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양쪽 모두 동의한다. 갈리는 건 이 발언을 "미국 요청 전체에 대한 거절"로 볼 것이냐다.
NYT는 이를 요청 거부로 읽었다. 반면 청와대는 "전쟁·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 보호와 국익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미국·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검토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전투 파병이라는 한 가지 형태만 배제했을 뿐, 협조 요청 자체는 거절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한쪽은 문이 닫혔다고 보고, 다른 한쪽은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같은 발언을 놓고 결론이 반대로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와대의 반박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는 점은 정부가 검토 중인 대안 목록에서 드러난다.
정부는 전투 병력 대신 비전투 성격의 기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동에 이미 나가 있는 청해부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 넓은 해역을 감시하는 해상초계기, 기뢰를 탐지·제거하는 무인체계, 폭발물 처리반 등이 거론된다. 초기에 검토됐던 군수지원함은 100명이 넘는 인력이 필요하고 함정이 노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 파병에는 선을 긋되, 기존 부대의 역할을 넓히거나 비전투 자산을 보내는 형태로 기여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거절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 카드들이다.
이번 공방의 실제 의미는 파병 결정이 종료된 게 아니라 뒤로 미뤄졌다는 데 있다.
미국은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에 한국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며 "서울의 자원 기여 약속을 아직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문을 닫지 않은 만큼, 미국의 요청과 압박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사정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진보 정당은 더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조차 파병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무진 교수는 "국익에도 맞지 않는 무모한 모험"이라고 경고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전투 파병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비전투 기여를 둘러싼 협의는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청와대가 검토 중이라던 해상초계기나 청해부대 역할 강화 같은 방안이 실제 결정으로 옮겨지는 시점, 그리고 그 수위가 미국의 기대와 국내 반대 사이에서 어디쯤 맞춰지느냐다. NYT식 '거절'과 청와대식 '검토' 중 어느 쪽이 맞았는지는 그 결정이 나와야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