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31일 미군의 이란 라라크섬 공습과 이란의 요르단·UAE 기지 보복으로 브렌트유가 90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번 충돌은 전투 무대가 호르무즈 해협 안이라는 점에서, 보복이 상징적 수준에 그쳐 유가가 오히려 급락했던 2025년 6월과 성격이 다르다. 봉쇄가 공식화된 것은 아닌 만큼 통항 방해 여부, 브렌트유 90달러선 안착, 국내 유가 반영이라는 세 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8월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의 이란 혁명수비대 로켓 발사대 2곳을 공습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기뢰 설치가 임박했다는 위협에 대한 "제한적이고 정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다음 날 요르단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 8발, UAE 알민하드 공군기지에 드론으로 맞받았다. 7월 말 이후 한 달여 만의 직접 충돌이다.
유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8월 31일 WTI 10월물은 배럴당 85.76달러로 2.83% 올랐고, 브렌트유는 90.49달러까지 뛰며 90달러선을 넘어섰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하락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6% 안팎으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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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급등한 것은 아니다. 2025년 6월이 그랬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때린 직후 이란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보복 타격했는데, 공격을 사전에 흘렸고 에너지 시설과 호르무즈는 건드리지 않았다. 결과는 유가 6% 이상 급락, 5년 내 최대 낙폭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가격에 넣어뒀다가, 실제 보복이 상징적이고 통제된 수준에 그치자 얹어둔 위험 프리미엄을 되감았다. 해협이 계속 열려 있다는 확인이 오히려 안도 재료가 됐다.
이번 국면의 성격은 그때와 다르다. 지난번 이란의 보복은 에너지 통로를 비껴간 정치적 제스처에 가까웠다. 이번엔 미군의 타격 지점부터가 호르무즈 안 라라크섬이고, 명분도 기뢰 설치 저지였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미군 함정에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한다. 전투의 무대가 유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항로 그 자체라는 뜻이다.
봉쇄가 공식 선언된 것은 아니다. 요격 성공과 피해 규모도 미국·이란·요르단의 주장이 엇갈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번처럼 "해협은 안전하다"는 신호가 나오기 어려운 구도인 것은 분명하다.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넘어선 것도 시장이 이 차이를 읽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난다. 주요 수입국 여섯 곳 중 다섯 곳이 이 해협을 쓴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오르면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이 약 10조 원 늘어난다는 추산이 있다.
봉쇄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담은 운임과 보험에서 먼저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는 해협이 막히면 대체 항로 탓에 해상 운임이 50~80% 오르고 운송 기간이 3~5일 늘며, 전쟁위험 보험료는 최대 7배까지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 확인할 변수는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이란이 실제 통항 방해, 즉 기뢰 부설이나 선박 나포로 넘어가는지다. 둘째, 브렌트유가 90달러선 위에 자리를 잡는지 아니면 일시 급등에 그치는지다. 셋째,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될 국제 유가의 방향이다. 확전이 봉쇄로 이어질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판단은 이 세 지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한 뒤에 내려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