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8월 20일 밤 키이우를 미사일과 드론 168대로 공습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어린이병원 등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공격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바닥난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허점을 노렸고, 알래스카 정상회담 등 종전 외교가 교착된 시점과 맞물렸다. 요격미사일 재공급과 영토·안전보장 협상의 진전 여부가 앞으로의 갈림길이다.

러시아의 8월 20일 밤 키이우 공습은 무차별 타격처럼 보이지만, 표적은 분명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구조적 약점, 특히 요격미사일 부족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는 순항미사일과 탄도·극초음속 미사일 수십 발, 드론 168대가 동원됐다. 느리게 날아오는 드론은 약 90%, 순항미사일도 대부분 격추했다. 문제는 빠른 탄도·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이런 미사일을 막으려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필요한데, 키이우의 재고는 바닥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는 시급히 필요한 요격미사일의 약 10%만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 공백을 반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즉 방공망이 무력화된 게 아니라, 값싼 드론으로 요격망을 소진시키고 막기 어려운 미사일로 도심을 때리는 방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Алесь Усцінаў
이번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명 넘게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어린이병원과 학교, 주거 건물, 창고가 피해를 입었다. 전국 단위로는 24시간 동안 사망자가 20명대에 이르렀다는 집계도 나왔다. 사망자 수는 출처와 집계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키이우 기준과 전국 기준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대규모 야간 공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7월 초에도 11시간에 걸친 공습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름 들어 도심을 겨냥한 대량 발사가 반복되는 흐름이다.
시점이 눈에 띈다. 이번 공습은 종전 외교가 한창 오가던 국면에서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종전 방안을 조율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회담했다. 미국이 28개항 평화계획을 내놓자 우크라이나는 20개항을 역제안했다. 그러나 점령지 영토 처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방식이라는 핵심 쟁점에서 양측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협상이 교착된 시점에 대규모 공습이 겹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공습이 특정 회담 결렬에 대한 직접 보복인지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전장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편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양측 모두에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로서는 방공망이 취약해진 지금이 도심 타격의 효과가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하다.
전황을 계속 지켜본다면 몇 가지가 가늠자가 된다.
첫째는 요격미사일 보충이다. 패트리엇 등 방공 자산이 얼마나 빨리, 어느 규모로 우크라이나에 다시 공급되느냐가 도심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 결정이 여기에 직결된다.
둘째는 안전보장 협상의 진전 여부다. 영토와 안전보장이라는 두 쟁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나오는지, 아니면 공습과 반격이 오가며 시간만 흐르는지가 갈림길이다.
셋째는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다. 어린이병원까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서방의 추가 제재나 무기 지원이 어떻게 조정되는지가 이후 전개의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