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 크리비리흐의 쇼핑몰이 러시아 드론의 '더블탭' 공격을 받아 16명이 숨지고 어린이를 포함해 130여 명이 다쳤다. 종전 제안이 오가는 국면에도 공습이 이어지는 것은 영토와 안보를 둘러싼 근본 이견이 풀리지 않아 양측 모두 전장 우위를 협상 카드로 쓰기 때문이다. 협상 재개는 특사 외교의 진전, 정상회담 성사, 방공 지원 강도 같은 변수에 달려 있으나 그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8월 21일 금요일,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의 한 쇼핑몰이 러시아 드론에 피격됐다. 최소 15명이 숨졌고 이후 사망자는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130여 명, 이 가운데 어린이가 20명을 넘고 일부는 중상이다. 크리비리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이다.
피해가 컸던 건 공격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1차 타격 뒤 구조대가 진입한 시점에 2차 타격이 이어지는 이른바 '더블탭'이었다. 사람이 몰리는 쇼핑몰을, 그것도 구조 국면을 노렸다는 점에서 민간 피해가 불어났다.
잔해 속 수색도 밤새 이어졌다. 한때 어린이를 포함해 여러 명이 실종 상태로 집계됐다가 시간이 지나며 그 수는 줄었다.
젤렌스키는 이 공격을 "냉소적이고 비열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격 다음 날에도 양측의 상호 공격으로 사망자가 추가로 나왔다.

Werner Pfennig
종전 논의가 멈춘 것은 아니다. 8월 11일 젤렌스키는 미국 중재자에게 새 종전 제안을 냈고, 방공 강화와 러시아 압박이라는 두 축을 강조했다. 이틀 뒤에는 흑해에서의 제한적 휴전과 민간시설 공격 중단을 모스크바에 제안했다.
그런데도 총성은 잦아들지 않는다. 미국이 중재에 나선 지 1년이 지나도록 포괄적 휴전도, 평화협정도, 영토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 위트코프와 쿠슈너 특사가 수도들을 오가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다. 러시아는 무조건적 휴전을 거부하며 돈바스 완전 통제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반환과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내건다. 이 근본 이견이 그대로다.
여기서 공습의 논리가 드러난다. 협상 결과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전장에서의 우위가 곧 카드가 된다.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으로 압박을 유지하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유류시설을 계속 타격하는 것도 같은 계산 위에 있다. 종전 뉴스와 공습 격화가 나란히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서 이 전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여기다. 협상이 오간다는 소식과 민간 피해가 커진다는 소식은 모순이 아니라, 같은 교착의 두 얼굴이다.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될까. 몇 가지 변수가 방향을 정한다.
첫째, 특사 외교의 실질 진전이다. 위트코프·쿠슈너의 셔틀외교가 상징적 만남을 넘어 영토·안보 쟁점에서 문구 하나라도 좁히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가 최근 언급한 회담 재개가 실제 자리로 이어지는지다. 셋째, 미국이 우크라이나 방공을 실제로 강화하는지다. 방공 지원은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낼 압박 지렛대로 거론돼 왔다.
러시아의 태도도 변수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장기적이고 신뢰할 만한 최종 합의 없이는 즉각적 휴전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 박아 왔다. 이 조건이 유지되는 한 부분 합의조차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이번처럼 민간 피해가 큰 공격이 국제사회의 책임 요구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지만, 그 압박이 러시아의 요구를 실제로 낮출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난 1년의 중재가 흑해 항행이나 에너지 시설 같은 부분 제한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포괄적 휴전이 나오기보다 이런 부분 합의가 먼저 시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협상 재개 시점 자체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사실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