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현지시간 26일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서 매출 962억 달러로 시장 예상을 넘겼고, 이튿날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8.74% 급등했다. 시장을 놀라게 한 건 매출 자체보다 내년 매출이 70% 늘어난다는 장기 가이던스로, AI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꺾이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혔다.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로 거론되는 만큼, 국내 반도체주가 이 기대를 얼마나 이미 반영했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26일 장 마감 후 2027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962억2천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13분기 연속으로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는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하던 수준이었다. 주가를 8.74%나 밀어올린 진짜 재료는 따로 있었다. 엔비디아가 다음 회계연도 매출이 70%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기 가이던스를 내놓은 것이다. 시장이 잡고 있던 눈높이는 약 45%였다. 성장세가 곧 둔화될 거라는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Nicolas Foster
실적을 뜯어보면 성장의 축이 어디인지 분명하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8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7% 뛰며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수요처가 한곳에 쏠려 있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1년 사이 242억 달러에서 487억 달러로 두 배가 됐고, 이들을 뺀 클라우드·기업 고객 매출도 169억 달러에서 403억 달러로 2.4배 늘었다. 특정 대형 고객 몇 곳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라, 수요의 지속성을 따질 때 중요한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08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번 분기보다 한 단계 더 올려 잡은 수치다. AI 인프라 투자가 상반기로 끝날 이벤트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엔비디아 실적이 국내 증시로 넘어오는 통로가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AI 반도체가 많이 팔릴수록 거기에 얹히는 HBM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 반응도 그랬다. 뉴욕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은 2.27% 올랐고,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2.49% 상승한 173만 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도 1.72% 오른 26만6천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장중 6996.12까지 오르며 7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반면 같은 메모리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0.32% 하락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동안 많이 오른 데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좋은 뉴스에도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다. 국내 반도체주는 엔비디아 실적이 나오기 전부터 HBM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해 온 상태다. 이번 급등도 그 연장선에 가깝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뒤 지수와 반도체주의 상승 폭이 축소됐다. 실적이라는 호재 하나만으로 방향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신호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잭슨홀 회의 같은 매크로 변수도 함께 걸려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엔비디아 가이던스가 확인해 준 건 'AI 수요가 아직 살아 있다'는 방향성이지, 국내 반도체주가 지금 가격에서 더 오른다는 보장이 아니다. HBM 공급 물량과 계약 단가가 실제 실적으로 잡히는 다음 분기 숫자를 확인하는 편이, 뉴욕발 급등 하루에 반응하는 것보다 판단하기에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