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9월 15일 상원 클로처 표결에서 49대 50으로 부결돼 필요한 60표에 미치지 못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SEC와 CFTC의 권한 배분이 아니라 공직자 이해충돌을 다룬 윤리 조항이었고, 올해 상원의 시장구조 입법은 사실상 멈췄다. 규제 주도권이 SEC와 CFTC로 넘어간 가운데 한국 투자자는 행정 규칙의 지속성과 중간선거 이후 재추진 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9월 15일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토론을 끝내고 표결로 넘어가기 위한 클로처 투표는 49대 50으로, 통과에 필요한 60표에 11표 모자랐다. 단순 과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올해 안에 미국이 가상자산 규제의 큰 틀을 법으로 확정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멈춰 섰다.
표결을 전후해 비트코인은 8만 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법안이 무산됐지만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Alesia Kozik
클래리티법(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은 가상자산을 누가 어떻게 감독할지 정리하려는 법안이다. 핵심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나누는 데 있다. 어떤 토큰이 증권이고 어떤 토큰이 상품인지 판별하는 기준을 세우고, CFTC에 가상자산 현물시장을 감독할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는 법으로 명확한 지위를 부여한다. 비트코인은 이미 상품으로 취급돼 왔지만, 그동안은 법이 아니라 규제기관의 해석에 기대 온 상태였다. 법으로 못을 박으면 이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하원을 294대 134로 통과했고, 올해 5월 상원 은행위원회도 15대 9로 넘겼다. 마지막 관문이 상원 본회의였다.
정작 표결을 무산시킨 것은 SEC와 CFTC의 권한 배분 같은 시장구조 조항이 아니었다.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을 어떻게 제한할지를 둘러싼 윤리 조항이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다. 공화당 지도부가 표결 직전 윤리 규정을 강화한 수정안을 냈지만, 이견을 좁히기엔 부족했다. 600쪽이 넘는 타협안이 막판 몇 개 조항에서 무너진 셈이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조시 홀리, 제리 모런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이 반대로 돌아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표결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법안이 멈추면서 제도화의 시계는 다시 규제기관 쪽으로 넘어갔다. SEC는 가상자산 공모 관련 규칙안에 대한 의견을 10월 20일까지 받고 있다. 당분간은 SEC와 CFTC의 행정 규칙이 입법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다만 SEC 의장 폴 앳킨스조차 법의 뒷받침이 없는 규칙은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했다. 정권이 바뀌면 규칙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재추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시점은 불투명하다. 올해 상원의 시장구조 입법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다음 동력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의회 구성에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 법안을 이끌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표결 뒤 재추진을 촉구했다.
한국 투자자가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법 대신 행정 규칙으로 규제를 이어가는 동안 정책 방향이 정권과 기관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간선거 결과와 그 이후의 재추진 일정이다. 이번 부결은 미국의 가상자산 제도화가 지연됐다는 신호이지, 방향이 뒤집혔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