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낸드와 D램 가격이 분기마다 40~90%씩 급등하며 애플 같은 수요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같은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매출로 잡혀 반도체 중심의 한국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다만 빅테크 AI 투자 속도, 완제품 판매 위축, 2027년 이후 공급 과잉 전환이 호황을 꺾을 변수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6월 메모리 가격 급등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대홍수"에 빗댔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숫자를 보면 이해가 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 2026년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3~98% 올랐다. 반년도 안 돼 값이 두 배가 됐다는 뜻이다.
낸드 플래시도 마찬가지다. 기업용 SSD 가격이 1분기에만 80% 안팎 뛰었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낸드 평균 가격이 전 분기보다 40% 이상 오를 것으로 봤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는 D램과 낸드가 반드시 들어간다. 부품값이 두 배가 되면 완제품을 만드는 쪽은 원가 부담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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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입장이 갈린다. 애플처럼 메모리를 사다 쓰는 기업에 가격 급등은 순수한 원가 상승이다. 애플은 지난해 가격을 동결하며 버텼지만, 차기 신제품에서는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려 받지 못하면 이익이 깎이고, 올리면 소비자가 부담한다.
반대로 메모리를 만들어 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같은 숫자가 매출로 잡힌다. 공장을 더 돌리지 않아도 팔던 물량의 단가가 오르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두 회사는 2026년 1분기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58%를 넘겼다. 가격이 오를수록 이 점유율이 곧 실적으로 돌아온다.
이 구도가 한국 수출에 호재로 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이고, 그 중심이 메모리다. 메모리 단가가 오르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금액이 커진다.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수출 통계의 증가로 나타나는 구조다.
AI 데이터센터가 수요를 떠받치는 점도 당분간은 우호적이다. 북미 클라우드 기업들이 고용량 서버용 메모리를 쓸어 담으면서 공급사들이 소비자용 생산을 줄이고 서버용으로 돌리고 있다. 공급이 빠듯하니 가격 협상에서 파는 쪽이 유리하다. 업계는 이 부족이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금의 가격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선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 전제가 흔들리면 방향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다음 세 가지가 신호다.
정리하면, 낸드값 급등은 사다 쓰는 쪽과 만들어 파는 쪽에 정반대로 작용한다. 한국 메모리 업체와 수출에는 지금이 유리한 국면이 맞다. 다만 "언제까지"는 열려 있다. 투자 둔화 신호, 완제품 판매량, 2027년 이후 신규 설비 가동이 호황의 체력을 가늠할 세 개의 눈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