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XMT가 9월 20일 스마트폰용 24Gb LPDDR5X를 앞세워 5세대 D램 양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합산 점유율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구형 저가 제품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최신 모바일 규격을 자체 공정으로 양산하며 원가 경쟁력까지 갖춰 범용 D램 가격을 흔들 수 있게 됐다. 메모리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엔 이 가격 압박이 비대칭적으로 작용해, HBM4 초격차와 미국의 대중 장비 규제 지속 여부가 방어의 관건이 된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커지)가 5세대 D램 공정의 양산에 들어갔다. 9월 20일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열린 '2026 세계 제조업 대회'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함께 공개한 신제품은 스마트폰용 24Gb LPDDR5X 두 종류로, 기존 제품보다 50% 더 많은 데이터를 담으면서 전력 소비는 낮췄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는 뚜렷하다.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9.5%로 올라섰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87%로 내려앉았다. 10년 넘게 유지되던 90% 선이 처음으로 깨졌다. 오랜 3강 과점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Sergei Starostin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화려한 성능이 아니라 생산 방식이다. CXMT는 5세대 공정에서 8Gb 칩 기준으로 웨이퍼 한 장당 뽑아내는 칩 수를 4세대보다 50%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곧 가격이기 때문이다. 같은 웨이퍼에서 칩을 더 많이 만들면 칩 하나당 원가가 내려가고, 그만큼 값을 낮춰 팔 여력이 생긴다. 이미 CXMT는 구형 규격인 DDR4를 반값 수준에 풀며 시장 가격을 흔들어왔다. 여기에 원가 경쟁력을 갖춘 최신 규격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중국의 메모리 추격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주로 구형 저가 제품에 머물렀다. 이번이 다른 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최신 모바일 규격을 자체 공정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방식도 눈에 띈다. CXMT는 메모리 배열의 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좁히면서 쿼드러플 패터닝이라는 기법을 썼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EUV 노광장비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우회하려는 시도다. 기술적 한계는 여전하지만, 장비 없이도 미세화에 접근하는 길을 찾고 있다는 신호다. CXMT는 올해 7월 상장한 뒤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를 만큼 몸집을 키웠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과 두터운 내수 시장이 추격을 뒷받침한다.
같은 위협이라도 나라마다 무게가 다르다. 한국은 수출과 성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독 크다. 그래서 범용 D램 가격이 흔들리면 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곧장 번진다.
CXMT의 저가 공세가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이 범용·모바일 시장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6세대 10나노급 기술과 HBM4 같은 고부가 제품에서 격차를 지키고 있다. 인공지능용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은 아직 중국이 넘보기 어렵다. 문제는 물량이 큰 범용 시장이다. 여기서 가격이 무너지면 고부가 부문의 선방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하기 쉽지 않다.
정리하면 한국의 방어선은 두 갈래다. 하나는 HBM4로 대표되는 기술 초격차를 계속 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대중 장비 규제가 CXMT의 미세화 속도를 얼마나 붙잡아 두느냐다. 규제가 유지된다면 격차를 벌 시간이 생기지만, 이번 쿼드러플 패터닝처럼 우회로가 뚫린다면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