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이 나흘 만에 사우디 아람코 지잔 정유시설을 다시 드론으로 때렸다고 주장했고, 홍해에서는 화물선 피격으로 6명이 숨졌다. 공급 우려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실제 공급 차질이 확인되지 않아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유가 자체보다 홍해 우회로 굳어진 물류비와 유럽 항로 노출도가 국내 수출입 기업에는 더 직접적인 변수다.

후티 반군은 8월 13일 사우디 남서부 지잔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 2대로 다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나흘 전인 9일에도 같은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힌 터라, 짧은 간격의 반복 공격이다. 이 시설은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대형 정유소다. 다만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는 이번 공격 여부나 피해 규모를 즉각 확인하지 않았다. 9일 공격 때는 "화재를 진화했고 인명 피해는 없다"고만 밝혔다.
바다에서도 상황이 나빠졌다. 8월 11일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집트 회사 소유의 소형 화물선이 탄도미사일 3발을 맞아 선원 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난 것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처음이다. 사고가 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 남부와 아덴만, 인도양을 잇는 길목이라, 이곳이 막히면 우회 말고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Igor Passchier
공급 우려에 국제유가는 올랐다. 후티 공격 주장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5달러 선, WTI는 80달러 선까지 2%대 상승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사 아드녹(ADNOC)은 자사 유조선 3척이 호르무즈에서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의 하루 약 180만 배럴 원유 수출길이 위협받는다는 점도 시장이 주시하는 대목이다.
다만 상승폭을 폭등이라 부르긴 어렵다. 아람코 시설의 실제 가동 중단이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에 대한 낙관이 유가 상단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가에는 실제 공급 감소보다 '공포 프리미엄' 성격이 강하다. 뒤집어 말하면, 시설 피해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그림은 달라질 수 있다.
유가보다 먼저 굳어진 변화는 물류다. 선사들은 홍해 대신 아프리카를 크게 도는 우회 항로를 이미 '뉴 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회는 유럽 항로의 운송 기간과 해상 운임을 함께 끌어올린다. 한 해운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격 재개가 2024~2025년의 홍해 위기보다 더 길고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을 열 수 있다고 봤다. 당시에도 우회로 유럽행 운임이 크게 뛰었는데, 이번에는 그 상태가 더 오래 굳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판단의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유가다. 유가 상승은 정유·화학 원가와 항공·해운 연료비, 나아가 수입 물가로 번진다. 다만 지금은 실제 공급 차질이 확인되기 전이라, 아람코 시설의 피해 규모 발표나 사우디의 감산 여부가 분기점이 된다. 여기서 확정된 손실과 우려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항로다. 유럽으로 배를 많이 띄우는 기업이라면 유가보다 홍해 우회에 따른 납기 지연과 운임 상승이 더 직접적이다. 리드타임이 긴 품목은 재고와 선적 일정을 미리 조정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유럽 노출이 작고 내수나 미주 중심인 기업이라면, 이번 사안은 당장의 원가보다 심리적 변수에 가깝다. 유가와 항로, 둘 중 어디에 더 노출됐는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