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9월 27일 앤스로픽 CEO 아모데이와 첫 단독 만찬을 열었고, 사흘 전 시진핑 국빈만찬에 아모데이가 빠진 것이 계기가 됐다. AI 속도조절을 주장해온 아모데이와 규제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근본 이견은 그대로여서 만찬은 갈등 해빙의 신호일 뿐 정책 전환으로 보긴 이르다. 공급망 위험 지정 같은 구체적 규제가 실제 완화되는지와 백악관 내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는지가 변화를 가늠할 기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9월 27일 저녁 백악관에서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와 처음으로 단독 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이 일대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9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국빈 만찬 자리가 계기였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미국 AI·빅테크 인사들이 총출동한 그 자리에 아모데이는 초청 명단에 없었다. 이 불참이 눈에 띄자 트럼프가 그를 따로 백악관 만찬에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몇 달 전만 해도 앤스로픽이 단독 면담을 타진했을 때 백악관 일부는 "다리오는 상대하기엔 너무 괴짜"라며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arkus Winkler
두 사람의 갈등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AI를 보는 관점 차이에서 나온다. 아모데이는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정부 감독을 강화하자는 쪽이다. 앤스로픽은 고성능 AI 개발에 단계적 안전장치를 두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는 정반대다. 규제보다 기술 패권을 앞세우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처럼 개발 가속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보조를 맞춰 왔다. 아모데이가 "AI가 초급 사무직의 절반을 없앨 것"이라고 경고하자, 트럼프 진영은 이를 과장이자 사기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규제의 필요성 자체를 두고 두 사람이 정면으로 엇갈려 온 셈이다.
이 갈등은 말싸움에 그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분류했고, 상무부 차원의 수출통제 움직임도 거론됐다. 매체마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규제를 둘러싼 마찰이 기업의 사업 환경에 직접 영향을 주는 단계까지 왔다는 점은 공통된다.
동시에 앤스로픽은 기업가치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상장(IPO)을 앞두고 있다. 행정부와의 갈등을 방치하기 어려운 처지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최첨단 선도 기업을 계속 배제하기는 부담스럽다. 이번 만찬은 양쪽 모두 실익을 계산한 자리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만남이 실제 규제 완화로 이어질까. 비공개 만찬 한 번으로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근본 이견인 속도조절과 감독 강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판단의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만찬 이후 공급망 위험 지정이나 수출통제 같은 구체적 조치가 실제로 완화되는지다. 회동 자체보다 후속 발표가 신호다. 둘째, 백악관 안에서 아모데이에게 비판적인 강경파가 주도권을 유지하는지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주도권을 잡지 않는 한 이번 만찬이 양측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강경 기조가 유지되면 만찬은 일회성 제스처에 그칠 수 있다.
이 갈등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앤스로픽의 AI는 국내 여러 서비스의 기반으로 쓰인다. 미국의 규제가 강해져 앤스로픽의 사업이 제약을 받으면, 그 기술에 기대는 국내 서비스의 이용 조건이나 안정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반대로 이번 만찬처럼 갈등이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면, 관련 서비스의 공급이 안정될 여지가 커진다. 국내 이용자로서는 규제 완화 발표가 실제로 나오는지, 앤스로픽의 사업 환경이 개선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늠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