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이 재고조되며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원/달러 환율은 중동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같은 충격도 원유 수입 원가와 원화 약세라는 두 경로로 들어와, 수입 원자재 의존도와 전가력에 따라 업종별 부담이 크게 갈린다. 정유·석유화학과 항공은 이중으로 노출되는 반면 자동차·조선은 상대적으로 나은 쪽이며, 두바이유와 원/달러, 정제마진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방향을 읽는 길이다.
중동 긴장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10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추가 작전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란 측은 미국·이스라엘의 재공격 시 걸프 해역 해저 케이블을 타격하겠다는 계획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전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반년 만에 배럴당 117달러를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환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하나은행 일일 보고서는 10월 중순 달러/원 환율을 1,340원 안팎으로 보면서, 중동발 유가 불안과 강달러에 상방 압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제조업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둘이 따로 노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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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는 수출기업의 원가에 두 경로로 스며든다. 하나는 유가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에서 유가 상승은 곧 원재료비 상승이다. 다른 하나는 환율이다. 지정학 위기에는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려 원화가 약해지고, 수입 대금 부담이 커진다.
고환율은 전통적으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로 통했다. 그러나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비중이 큰 업종에서는 수출로 버는 환차익보다 수입 원가 상승분이 더 빠르게 불어난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이 상쇄 효과가 더 뚜렷해진다.
핵심은 세 가지다. 원가에서 수입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 오른 비용을 제품값에 넘길 수 있는 전가력, 그리고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조합이 업종의 체질을 가른다.
| 업종 | 유가 원가 부담 | 고환율 영향 | 2025년 초 진단 |
|---|---|---|---|
| 정유·석유화학 | 매우 큼 | 부담 | 흐림 |
| 철강·배터리 | 중간 | 부담 | 흐림 |
| 항공 | 큼 | 부담 | - |
| 자동차·조선 | 작음 | 수혜 쪽 | 긍정 |
정유와 석유화학은 원유와 나프타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가가 오르면 원료비가 오르고, 환율까지 겹치면 수입 대금이 한 번 더 불어난다. 제품가에 얼마나 빨리 넘기느냐, 즉 정제마진과 제품 스프레드가 실제 손익을 좌우한다. 전가가 늦으면 고유가가 곧바로 적자로 이어진다.
항공은 비용 구조 자체가 유가와 환율에 이중으로 노출돼 있다. 연료비가 큰 몫을 차지하는 데다 항공기 리스료와 외화 부채가 환율에 직접 반응하기 때문이다. 운임 인상으로 비용을 넘기려 해도 시차가 생긴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은 사정이 다르다. 원가에서 유가가 직접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고 수출 비중이 커서, 고환율이 가격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쪽에 가깝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초 주력 12개 업종을 진단했을 때도 자동차·조선·기계만 긍정적으로 분류됐고, 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 등 9개는 '흐림'이었다. 다만 자동차도 부품 수입과 물류비 상승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금 국면에서 방향을 가늠하려면 몇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가장 윗단에는 중동 확전 여부가 있다. 해협이나 물류·통신 인프라로 충돌이 번지면 유가와 환율이 함께 뛰고, 그때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원가 압력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