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는 일본·영국 등 12개국이 관세를 낮추고 무역 규칙을 맞춘 대형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제조업 수출 확대를 이유로 가입을 추진하지만, 농산물 관세철폐율이 높고 사과·배 검역까지 풀릴 수 있어 농축수산업계는 생산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한다. 수출 제조업은 가입 시점을, 농어업은 민감 품목의 양허 제외와 검역 조건을, 소비자는 선택지 확대와 국산 공급 기반 약화의 양면을 지켜봐야 한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만 정체가 흐릿한 단어가 CPTPP다. 우리말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쉽게 말해 태평양을 둘러싼 나라들이 서로 관세를 낮추고 무역 규칙을 맞추기로 한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8년 출범했고, 원래 미국이 주도했지만 미국이 빠진 뒤 일본이 끌고 왔다. 2023년 영국이 합류하면서 지금은 12개국 체제다.
회원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칠레, 페루, 브루나이, 베트남, 영국이다.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영국)과 아메리카까지 걸쳐 있어, 하나의 거대한 무관세 경제권에 가깝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캄보디아가 가입을 신청했고, 아르헨티나도 2026년 6월 신청해 문을 두드리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밖에 있다. 2021년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지만 실제 신청서는 내지 못했다. 당시 경색된 한일 관계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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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입에 적극적인 건 수출 때문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026년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꼭 가입되도록 하겠다"며 대통령과 큰 틀에서 뜻이 같다고 밝혔다. 핵심 논리는 제조업 수출 시장을 넓히고 공급망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자체 분석도 이 방향을 뒷받침한다. 가입하면 제조업 생산이 연평균 6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가입이 늦어질수록 이미 들어간 나라들보다 불리해지고, 나중에 협상할 때 민감 품목을 지킬 여지도 줄어든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반대편의 걱정은 농사와 바다에 있다. CPTPP는 농산물 관세철폐율이 평균 96%로, 한국이 기존 FTA에서 적용한 79%보다 훨씬 높다. 관세 장벽이 그만큼 더 허물어진다는 뜻이다. 정부 분석에서도 제조업이 커지는 대신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 8500억원가량 줄 것으로 전망됐다.
더 민감한 건 검역이다. 한국은 지금 병해충을 이유로 사과, 배, 복숭아, 단감 같은 신선과일 수입을 막고 있는데, 가입 협상에서 이 빗장이 풀릴 수 있다. 입법조사처가 소개한 연구는 사과와 배 수입이 허용되면 농업 GDP 피해를 각각 연 5980억원, 2090억원으로 추산했다. 농어민단체들이 "농어업 말살"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이개호 의원이 쌀·쇠고기·과일을 양허에서 빼고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도 10월 초 재검토를 지시해 연내 신청은 보류됐다.
입장에 따라 득실이 갈리는 사안인 만큼, 자기 자리에서 볼 지점이 다르다.
수출 제조업에 몸담은 쪽이라면 가입 시점과 어느 품목의 관세가 먼저 풀리는지가 기회로 연결된다. 농축수산업 종사자나 관련 지역이라면 쌀·쇠고기·과일 같은 민감 품목이 양허에서 빠지는지, 검역 조건이 유지되는지가 생존과 직결된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 먹거리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반면 국산 농산물의 공급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 지금은 가입 여부 자체가 미정이므로, 정부가 내놓을 품목별 양허안과 농어업 보호 대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