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9월 7일 한국이 포괄적안전조치협정 14조에 따른 별도 약정 협의를 시작할 의향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승인이 아니라 협상을 여는 첫 절차로, 이미 지난해 미국이 건조는 승인했지만 저농축우라늄 연료를 어디서 확보할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저농축우라늄 공급 방식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IAEA 별도 약정 협상의 진척이 2030년대 중반 진수 목표의 현실성을 가른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9월 7일(현지시간) 한국이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에 관해 협의를 시작할 의향을 사무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관련 신고 자료도 제출했다.
여기서 핵심은 '협의를 시작할 의향'이라는 표현이다. 통보는 승인이나 확정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을 열겠다는 절차상의 첫걸음이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앞서 6월 기자회견에서 CSA 14조 관련 논의를 두고 초기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통보로 한국이 핵잠수함용 핵물질을 IAEA 사찰에서 일시적으로 빼둘 수 있는 법적 통로의 '입구'에 섰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통로를 실제로 지나가는 협상은 이제부터다.
한국은 통보와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안전조치협정, 추가의정서상의 의무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비확산 우려를 낮추려는 조치이자,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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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틀의 승인은 지난해 나왔다. 2025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 조달을 포함한 사업 요건을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건조 승인이 곧 연료 공급 방식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연료를 어디서 확보하고, 그 핵물질을 어떻게 관리해 국제 비확산 체계와 맞출지는 모두 후속 협의 사항으로 남았다. 정부가 그리는 순서는 대체로 이렇다. IAEA 별도 약정 협상, 핵연료 공급체계 확정, 원자로와 잠수함 설계, 건조와 시험, 전력화. 이번 IAEA 통보는 이 가운데 첫 단계의 문을 연 것이다.
정부 목표는 2030년대 중반 선도함(1번함) 진수, 후반기 전력화다. 다만 잠수함의 척수와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라 8000t급 3척, 5000t급 4척 등으로 계획이 엇갈리게 전해지는데, 이는 세부 사업 요건이 협의 단계에 있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가장 큰 관문은 연료다. 한국은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잠수함 원자로 연료로 쓸 계획이다. 미국 핵잠수함이 전통적으로 90%대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쓰는 것과 대비되는 선택으로, 비확산 우려를 줄이려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에서 공급받을지,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생산으로 가려면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을 개정하거나 별도 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 경우 미 의회의 90일 검토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안보 사안이라 정치적 동력은 있지만, 농축 권한 확대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도 민감하게 다루는 문제여서 협상이 짧게 끝난다고 보긴 어렵다.
정리하면 지켜볼 지점은 세 갈래다. IAEA와의 CSA 14조 별도 약정 협상이 언제 실질 단계로 들어가는지, 저농축우라늄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갈지 국내 생산으로 갈지, 그리고 123협정 개정이 미 의회 문턱을 넘는지다. 이 세 가지의 진척 속도가 2030년대 중반이라는 일정의 현실성을 가른다. 반대로 이번 통보 하나만 놓고 "핵잠 확보가 확정됐다"고 읽는 것은 절차를 앞질러 가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