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조지아 현대차·LG 공장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했다. 이번은 판결이 아니라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른 행정 청구 단계로, 정부가 응답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연방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고로 지목된 9개 연방기관의 대응과 영장 없는 구금의 불법성 입증 여부가 결과를 가른다.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첫 청구인 김모씨가 2026년 9월 15일 청구서를 접수했고, 연말까지 300명 규모로 접수가 이어질 예정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이건 법원이 승패를 가른 소송 결과가 아니다.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른 '행정 청구'로, 정식 소송에 앞서 정부기관에 먼저 배상을 요구하는 단계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승소 여부를 점치는 건 이르다.

Prajwal
발단은 2025년 9월 4일이다.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이민 단속이 들어와 총 475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한국인이 300명 이상이었다.
문제로 지목된 건 구금 과정이다. 근로자들은 손목과 발목에 수갑과 족쇄를 찬 채 버스로 옮겨져 포크스턴 ICE 구금시설에 최대 7일간 머물렀고, 한 공간에 최대 80명이 함께 수용됐다. 한국인들은 8일 만에 풀려났다.
청구인 측이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영장이다. 당시 수색영장에 단속 대상으로 적힌 사람은 4명뿐이었고, 그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름도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 족쇄까지 채웠다는 주장이 이번 청구의 핵심이다.
청구서에 담긴 법적 근거는 크게 불법 감금, 절차 남용, 고의적인 정신적 고통이다. 영장 대상이 아닌 사람을 구금한 것 자체가 위법이며, 그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도 배상 대상이라는 논리다.
FTCA 절차는 이렇게 흐른다. 청구를 받은 기관은 원칙적으로 6개월 안에 답을 해야 한다. 기관이 청구를 거부하거나 답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청구인은 연방법원에 정식 소송을 낼 수 있다. 즉 이번 청구는 소송으로 가는 문을 여는 절차에 가깝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배상의 성격이다. FTCA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만큼 징벌적 배상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실제 손해를 메우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인 청구인들의 구체적인 청구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라틴계 근로자 한 명은 ICE에 200만 달러 규모의 별도 청구를 낸 바 있다.
청구가 향한 상대는 한 곳이 아니다. 국토안보부(DHS),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노동부 등 9개 연방기관이 피고로 지목됐다. 단속을 실행한 기관과 지휘·수사에 관여한 기관을 폭넓게 걸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이들 기관이 청구에 어떻게 답할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6개월이라는 응답 기한이 있는 만큼, 앞으로 각 기관이 배상을 인정할지 거부할지가 첫 관문이 된다.
승산이 높다는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평가가 나오지만, 지금은 확정된 것이 없는 단계다. 결과를 미리 재단하기보다 다음 세 가지를 지켜보는 편이 낫다.
정식 소송으로 간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 사안은 배상 액수보다도, 영장 없이 이뤄진 대규모 구금에 정부가 책임을 지는지를 가늠하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