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드론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17명이 숨지는 등 7월 이후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전쟁 이래 최악 수준으로 커졌다. 2월 제네바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협상은 멈춰 섰고, 영토 인정과 안전보장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공습이 이어져도 협상 테이블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재개 여부는 트럼프·젤렌스키의 논의 진전, 크렘린의 태도 변화, 두 쟁점에 대한 구체안 제시에서 가늠할 수 있다.

러시아는 8월 20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시에 퍼부었다. 유엔은 이 공격으로 최소 17명이 숨지고 40명 넘게 다쳤다고 확인했다. 솔로먄스키구의 9층 아파트가 불타면서 이곳에서만 7명이 목숨을 잃었고, 학교와 아동병원, 유치원도 큰 피해를 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가장 냉혹하고 계산된 대규모 공격 중 하나"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 위반이라며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무조건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Werner Pfennig
이번 참사는 단발성이 아니다. 유엔 집계로 2026년 상반기에만 우크라이나 민간인 1,396명이 숨지고 7,978명이 다쳤다. 특히 7월은 2022년 4월, 즉 전쟁이 시작된 첫 달 이후 민간인 피해가 가장 컸던 달로 기록됐다.
배경에는 공중전의 격화가 있다. 러시아는 수백 대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쏘아 방공망을 포화시키는 방식을 쓴다. 값싼 드론으로 요격 자원을 소진시킨 뒤 미사일로 목표를 때리는 구조여서, 주거지 피해를 막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협상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미국이 중재한 제네바 회담이 열렸지만 성과 없이 끝났고, 크렘린은 7월 형식적 협상을 다시 시작할 조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온 결과라고는 5월의 사흘짜리 휴전, 흑해 항행과 에너지 시설 공격을 일부 제한한 정도가 전부다. 지속되는 휴전은 아직 없다.
멈춰 선 지점은 분명하다. 하나는 영토다. 우크라이나는 점령당한 땅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설 수 없는 선으로 못 박아 왔다. 다른 하나는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누가 어떻게 보장하느냐다. 이 두 문제에서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협상은 선언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공습이 격화되는데도 협상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흐름은 별개로 굴러가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해석의 영역이다. 협상 국면에도 공습이 이어지는 패턴은, 전장에서의 우위를 협상 카드로 삼으려는 시도로 읽히기도 한다. 무력 압박으로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쪽에서는 공격을 멈출 이유가 크지 않다. 그렇다면 민간 피해가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 협상이 앞당겨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될까. 선언이 아니라 구체성에 주목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