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유조선 피격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협상 진전 소식에 급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8월 11일 파키스탄 국방장관의 '합의 근접' 발언에 유가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최종 타결이 확정되지 않아 가격은 며칠 단위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유가가 내리면 국내 수입물가 부담이 줄지만, 1500원대 고환율이 그 효과를 일부 상쇄해 소비자 체감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지난 7월 하순 국제유가는 홍해에서 시작된 충격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던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을 탄도·순항미사일로 공격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 한때 101달러까지 올랐다. 7월 미·이란 휴전 국면과 비교하면 25달러 넘게 뛴 값이다. 미국 블룸버그와 NBC 집계로는 한 달 새 약 35%, 연초 대비로는 60% 넘게 오른 수준이었고,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값도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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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소식이었다. 8월 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 선박에 다시 여는 합의를 오늘이나 내일 안에 이룰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6% 가까이 빠지며 배럴당 76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통항 방식을 두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진전은 있으나 아직 최종 타결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8월 11일에는 중재에 참여해 온 파키스탄의 호자 아시프 국방장관이 "미국과 이란이 모종의 합의에 근접했고, 상황이 평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뉴스핌 보도 기준 WTI 9월물은 배럴당 81.71달러로 0.51%, 브렌트유 10월물은 87.11달러로 0.70% 하락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오만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다리를 놓고 있는 모습이다.
가격 흐름은 며칠 단위로 크게 출렁였다. 8월 초 76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던 유가가 중순 들어 80달러대 초중반으로 다시 올라선 것은, 협상이 진전과 교착을 오가는 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타결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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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가 임박했다는 말이 반복되는데도 유가가 한 번에 급락한 뒤 다시 반등하는 것은, 양측 요구 조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연루된 공격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전면 개방하는 대가로 해상 봉쇄 해제와 동결 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을 내걸고 있다.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인 만큼, 이 협상의 향방은 곧 국제유가의 방향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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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내리면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와 국내 물가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한국은행 집계에서 6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4% 내려 3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 두바이유 월평균가가 5월 배럴당 103달러대에서 6월 79달러대로 23% 떨어진 것이 주된 배경이었다.
다만 유가 하락 효과가 그대로 지갑에 닿는 것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 수입 비용의 원화 환산액은 유가 하락분만큼 줄지 않는다. 유가와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며 서로 상쇄하는 구간인 셈이다. 결국 미·이란 협상이 실제 타결로 이어져 유가 하향 안정이 확인되고, 여기에 환율까지 진정돼야 국내 물가에 온기가 돌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