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2일 뉴욕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협력을 심화하기로 의지를 확인했다. 핵잠 연료 확보는 20% 이상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 승인 없이 못 하도록 묶어 둔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구체적 방식은 워싱턴 후속 협의로 넘어간 만큼, 연료 공급과 협정 개정 중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났다. 제81차 유엔총회 리셉션 도중 호텔의 별도 장소에서 오후 7시 20분쯤부터 약 30분간 이어진 회담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핵추진잠수함이 주요 의제로 올랐고, 그 안에서도 '연료' 문제가 도드라졌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쓴다. 그 원자로를 돌리려면 우라늄을 농축한 핵연료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이 연료를 자유롭게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잠수함 건조 기술과 별개로, 연료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사업의 전제 조건이 되는 셈이다. 회담에서 연료가 별도로 다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Leonid Altman
이 문제의 뿌리는 한미 원자력협정, 이른바 123협정이다. 미국 원자력에너지법 123조에 근거한 이 협정은 미국의 핵물질과 기술을 쓰는 나라가 지켜야 할 조건을 정한다.
핵심은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제약이다. 현행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20% 미만의 저농축을 하더라도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20% 이상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별도의 새 협정을 통한 미국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은 이 틀 안에서 2040년까지 농축과 재처리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핵잠수함 연료는 바로 이 제약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한국이 스스로 연료용 우라늄을 농축하려 해도 협정이 막고 있고, 미국이 연료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든 협정을 고쳐 농축을 허용하는 방식이든 결국 미국의 동의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이번 회담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을 보면, 두 정상은 핵잠 연료와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서 협력을 심화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에 대한 책임 확대를 재확인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핵잠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대목은 그다음이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세부 사항은 모두 워싱턴에서 진행될 후속 협의로 넘어갔다. 연료를 미국이 공급할지, 아니면 협정을 개정해 한국의 농축을 열어 줄지 같은 핵심은 이번 회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이번 만남은 방향을 재확인한 자리에 가깝다. '협력하겠다'는 의지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합의는 다르다. 실질적 진전 여부는 후속 협의에서 연료 확보 방식이 구체화될 때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절차에 있다. 첫째, 워싱턴에서 열릴 고위급 후속 협의에서 연료 문제가 별도 의제로 다뤄지는지, 그리고 미국 공급과 협정 개정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지다.
둘째, 만약 협정 개정이나 새 협정으로 방향이 잡힌다면 그 과정은 두 정상의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측 절차와 검토를 거쳐야 하고, 농축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느냐는 비확산 문제와도 얽혀 있어 조율이 간단치 않다. 정상 간 '의지 확인'이 실제 연료 확보로 이어지려면 이 절차들이 하나씩 매듭지어져야 한다. 회담 결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후속 협의의 결과물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