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선수 100여 명을 포함한 180여 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해, 스포츠 대회 방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일본에 들어왔다. 현직 각료인 김일국 체육상까지 8년 만에 방일하면서 경색됐던 북일 스포츠 교류가 재개되는 신호로 읽힌다. 21일 여자축구 남북전과 김 체육상의 실제 행보, 일본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 이번 방일이 관계 개선 신호인지 가늠할 수 있다.

북한 선수단 1진이 11일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축구·역도·탁구·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나서는 선수가 약 100명, 통역 등 지원 인력을 더하면 180여 명 규모다.
조총련 측 설명으로는 스포츠 대회 참가를 위해 방일한 북한 선수단 가운데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100명이 넘는 대규모 방일 자체가 1985년 고베 유니버시아드 이후 41년 만이다. 선수단에는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소속 선수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단은 여러 진으로 나눠 입국하고 있으며, 여자축구팀은 1진이 도착한 당일 밤 합류할 예정이었다.

Laura Rincón
규모만이 아니다. 더 눈에 띄는 건 김일국 북한 체육상의 방일이다. 그는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대회를 참관할 예정인데, 현직 각료가 일본을 찾는 것은 2018년 11월 이후 8년 만이다. 김 체육상은 19일 개막에 맞춰 방일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독자 제재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지만, 국제 스포츠 교류는 예외로 허용해 왔다. 이번에도 축구팀 입국 허가는 도착 하루 전인 10일에 떨어졌다. 대규모 선수단과 각료 방문이 한 대회에 겹친 점이, 소규모로 참가하던 과거와 달라진 대목이다.
일본의 제재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는 만큼, 이 정도 규모가 한 번에 들어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스포츠 교류라는 예외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방일이다.
경기 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남북 맞대결이다. 북한 여자축구는 14일 방글라데시전으로 일정을 시작해 21일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만난다.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남북전은 늘 관심을 모으지만, 이번엔 대규모 방일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졌다. 한국 팬 입장에서는 경기 결과가 가장 궁금하겠지만, 그 뒤에 깔린 방일의 크기도 함께 볼 만하다. 대회 개막은 19일이다. 축구 외 13개 종목에서도 북한 선수들의 성적이 함께 나올 예정이다. 남북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맞붙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 않는 만큼, 승부와 별개로 양측 선수단의 태도와 분위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방일을 관계 개선의 신호로 봐도 될까. 근거는 있다. 역대 최대 선수단, 8년 만의 각료 방일, 일본 정부의 입국 허가가 한 대회에 겹쳤다. 스포츠 교류가 정치 대화의 물꼬가 됐던 전례도 있다.
다만 스포츠 예외는 이전에도 적용돼 온 원칙이라, 이번만의 특별한 정치적 결단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김 체육상이 실제로 방일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일본 정부가 선수단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회 이후 양국 당국 간 접촉으로 이어지는지다. 이 신호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교류 재개 조짐 정도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대회라는 창구가 열렸다는 사실과, 그것이 정치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