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둔 9월 3일, 중국관 참여 작가·큐레이터 19명이 '대만관' 명칭에 반발해 전시를 전면 철수했다. 명칭을 뺐다 되돌린 재단의 결정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부딪히며 광저우시 대표단 방한 취소 등 지방 교류 중단으로 번졌다. 갈등이 한중관계로 확산될지는 중앙정부 개입, 다른 지자체로의 도미노, 한국 정부의 거리두기 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9월 3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로 했던 중국 작가·큐레이터 19명이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문제가 된 건 작품이 아니라 다른 전시관에 붙은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이었다. 중국관 기획팀의 루안 웨라이 큐레이터는 "정치적 요소가 예술 영역에 개입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는 9월 4일 개막해 11월 15일까지 열린다. 국가관이 아니라 기관·도시 단위로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이번 갈등의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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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몇 달째 이어졌다. 대만 측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은 'Taiwan Pavilion'을 요구했지만, 재단은 지난 6월 "국가관이 아닌 기관관 계약"이라는 이유로 명칭을 미술관 영문 약칭인 'NTMoFA'로 바꿨다. 대만 문화부와 국내외 미술계는 이를 "정치적 검열"이라며 반발했고, 작품 반입이 지연됐다.
재단은 개막 차질을 우려해 8월 말 대만 측의 '국가관' 변경 신청을 승인하며 '대만관' 명칭을 되살렸다. 이 결정이 이번엔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관 팀은 8월 28일부터 설치 작업을 멈췄고, 결국 개막 직전 철수로 이어졌다.
파장은 전시장 밖에서 먼저 나타났다. 광주시와 1996년 자매결연을 맺고 2012년부터 의회 교류를 해온 광저우시는,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대표단 6명의 6~7일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교류 채널이 명칭 하나에 흔들린 셈이다.
행사 불참도 잇따랐다. 저장성 저우산시는 같은 날 개막하는 여수세계섬박람회 참가를 취소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조치가 대부분 지방정부·기관 단위이지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제재는 아니라는 점이 현재 국면의 특징이다.
중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건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이번 명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고, 앞서 8월 27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광주시장을 만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8월 31일 '하나의 중국' 입장을 확인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 정부는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민간의 자체 판단으로,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갈등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만 문제에 관한 민감도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로선 갈등이 지방·민간 층위에 머물러 있다. 이 선을 넘는지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첫째, 주한중국대사관이나 중국 외교부가 지방정부 취소를 넘어 정부 차원의 항의·조치를 내놓는지다. 둘째, 광저우·저우산 외 다른 지자체나 기관으로 교류 취소가 번지는지, 즉 도미노가 생기는지다.
셋째, 한국 정부가 '민간 사안'이라는 지금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는지다. 외교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위로 대응한다면 중앙정부 간 사안으로 옮겨간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개막 이후 중국관 없이 전시가 정상 진행되고 추가 취소가 없다면, 이번 일은 지방 교류의 일시적 냉각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