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일본 투자 발언이 '반도체 합작공장 검토'로 보도되자 SK하이닉스는 "합작공장 설립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회사가 인정한 건 일본을 여러 신규 생산기지 후보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수준으로, 미야기현이 부지·전력·용수를 앞세워 유치에 나섰지만 확정된 계획은 없다.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이사회 결정과 공시, 일본 정부 보조금, 한국 정부의 기술유출 심사를 지켜봐야 한다.

8월 31일 최태원 SK 회장이 센다이의 한일상공회의소 회의에 참석한 뒤 나온 일본 투자 관련 발언이 '반도체 합작공장 검토'로 보도되면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사안에서 지금 확실한 건 하나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최 회장이 실제로 한 말은 "검토 중이고, 끝나는 대로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일부 매체가 이를 합작공장 설립 검토로 옮기자, SK하이닉스는 곧바로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가 인정한 수준은 "일본을 여러 신규 생산기지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까지다. 보도와 회사 입장 사이의 이 온도차가 사안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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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부지 조건을 두고 "전력과 물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이라고 했다. 이 한마디에 배경이 담겨 있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회사는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워야 하는데, 대형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먹는다.
국내에서 이만한 전력과 용수, 부지를 새로 확보하기가 갈수록 빡빡하다는 점이 일본을 후보로 올려놓은 이유로 읽힌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 재건을 국가 과제로 삼아 외국 기업 유치에 보조금을 얹고 있다. 조건이 맞으면 굳이 국내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다만 회사가 언급한 건 후보지 검토까지이지, 현지 기업과 손잡는 합작 방식으로 못박은 단계는 아니다.
이 틈을 파고든 곳이 미야기현이다. 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 산업단지의 약 30만㎡ 부지를 용수·전력과 묶어 제안하며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입지 조건도 명분이 있다. 이 지역엔 반도체 장비 강자인 도쿄일렉트론의 생산 거점이 있어 장비·유지보수 협력이 쉽고, 도호쿠대를 중심으로 기술 인력을 공급받기 좋다는 평가다. 지자체 입장에선 대형 반도체 공장 하나가 지역 고용과 세수를 바꿀 수 있는 만큼 부지에 용수·전력까지 얹어 조건을 맞추는 것이다. 다만 유치 의지가 강하다는 것과 기업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회장의 발언과 지자체의 구애는 어디까지나 '관심' 단계의 신호다. 실제 투자로 넘어가는지는 다른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가장 분명한 신호는 SK하이닉스의 공식 발표와 이사회 결정, 그리고 관련 공시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제시하는 보조금 규모가 구체화되는지, 부지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는지가 뒤따른다. 변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을 두고 유출을 우려하고 있어, 국내 심사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정리하면, 지금 단계에서 "SK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회장 발언과 미야기현의 제안은 판이 열렸다는 신호일 뿐, 결정은 공시와 정부 승인이라는 절차를 통과해야 확인된다. 관심 있게 볼 대목은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