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17일 예정이던 NSC를 취소하고, 18일 워싱턴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로 호르무즈 파병 여부 결정을 미뤘다. 여당과 시민사회·종교계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정부는 파병 대신 기여로 표현 수위를 낮추며 대미 투자와 맞물린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국면이다. 회담 뒤 NSC 재소집과 군사적 기여 구체화는 결정이 앞당겨지는 신호로, 기여 표현 유지와 비군사 대안 강조는 늦춰지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논의의 속도를 늦췄다. 9월 17일 열릴 예정이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취소됐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전까지 다시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결정을 회담 뒤로 미룬 셈이다.
이유는 순서에 있다.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먼저 확인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이 문제를 "우리의 주체적인 결정"이라고 못 박으며, 한미동맹만이 아니라 항행 안정, 에너지 수급, 교민 안전을 함께 놓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장관도 아직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Werner Pfennig
속도를 늦춘 배경에는 만만찮은 반대 여론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파병에 반대하며 국민과 국군의 생명보다 앞서는 외교적 실익은 없다고 주장했다. 601개 시민단체와 정당은 미국의 파병 요구를 규탄한다고 밝혔고, 종교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는 표현부터 조심스럽다. '파병' 대신 '군사적 기여' 또는 '기여'라는 말을 쓴다. 내부에서 검토하는 방안도 전투 병력 파견보다는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반, 무인장비 같은 비전투·방어 성격의 전력, 최소 규모 파견, 기술 지원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쟁 이후 석유·조선 시설 복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안도 거론된다.
관심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쏠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현 장관은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찾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주 앉는다. 테이블에는 호르무즈 기여 문제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대미 투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같은 한반도 정세가 함께 다뤄진다.
이 사안들은 따로 놀지 않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한미 안보 협상이 서로 연동돼 움직인다고 봤다. 조현 장관이 대미 투자 지연을 두고 "이견이 아니라 절차 문제"라고 한 것도, 협상 전체가 한 묶음으로 굴러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바꿔 말하면 호르무즈 기여는 한국이 미국에서 얻으려는 것들과 저울 위에 함께 올라 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원자력 연료의 농축·재처리 권한 같은 안보·산업 현안이 그 저울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데는, 내줄 것과 받을 것을 한 번에 맞춰 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셈이다.
회담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갈래로 나눠 보면 선명하다.
지금 확실한 건 정부가 답을 미뤄 뒀다는 사실뿐이다. 파병이냐 아니냐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회담이 끝난 뒤 정부가 쓰는 단어와 NSC 재개 여부부터 확인하는 편이 흐름을 읽기에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