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키이우 지역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이 잇따라 20일 최소 16명, 29일 부차 지역 창고 폭발로 최소 37명이 숨졌다. 양측이 서로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 타격을 주고받는 구도가 이번 격화의 직접적 배경이며,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요격 재원 부족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젤렌스키가 미국에 종전 제안서를 전달하고 패트리엇 추가 지원을 호소한 상황이라, 방공 보충과 협상 진전 여부를 지켜볼 지점으로 꼽을 수 있다.

8월 들어 키이우와 인근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커졌다. 20일 새벽에는 미사일과 드론이 약 9시간 동안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는 드론 168기에 더해 탄도·순항·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했고, 키이우 지역에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가장 냉혹하고 계산된 대규모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9일에는 키이우 서부 외곽 부차 지역의 한 창고가 드론에 맞아 대형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탄약고로 쓰이던 시설이 피격되면서 최소 37명이 숨지고, 어린이 4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며칠 사이 두 차례의 큰 피해가 겹친 셈이다.

Vladyslav Huivyk
이번 격화의 축은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맞공격'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연설에서 하루 평균 300차례 이상 장거리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매일 드론 1000기를 운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을 공습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러시아 국방부는 30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 준비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우크라이나의 민간 인프라와 연료·에너지 부문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노리며 타격을 주고받는 구도가 8월 말 공습 급증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여기서 사실과 주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대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러시아 측 명분이다. 민간 주거지와 창고가 파괴되고 수십 명이 숨진 결과 자체가 그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습의 피해가 커진 데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한계가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요격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러시아가 쏜 탄도미사일 30발을 한 발도 요격하지 못한 날이 있었고, 올해 동맹국에서 받은 요격미사일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러시아가 방공망의 허점을 노려 대규모로 몰아치는 방식은 이 약한 고리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요격에 실패하면 그만큼 도심 피해가 커지고, 이는 다시 방공 지원 요청의 절박함으로 이어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합 제안서를 미국 협상단에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의 실제 진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충분한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러시아는 평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방공 지원과 대러시아 압박을 함께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산 요격체계인 패트리엇, 그중에서도 최신 기종인 PAC-3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패트리엇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각국은 자국 방어 수요와 재고 문제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라 지원이 곧바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러시아가 예고한 에너지 시설 공습이 실제로 얼마나 큰 규모로 이뤄지는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새 요격미사일이 언제 보충되는지, 그리고 미국에 전달된 종전 제안서가 협상 테이블로 이어지는지다. 이 세 흐름이 맞물리는 방식에 따라 겨울을 앞둔 전황의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