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 6개월째인 지금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풀리지 않았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5주 연속 내렸다. 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봉쇄 완화가 아니라 이란·오만의 임시 항로 합의가 만든 협상 기대감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름값 방향은 이 임시 항로가 실제로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이 이달로 6개월을 넘겼다. 전쟁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지난주 미국과 이란은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미 중부사령부는 8월 말, 잠수부와 네이비실, 수중 드론을 동원해 수개월에 걸쳐 이란이 깔아둔 기뢰 약 80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7월 중순 봉쇄를 재개한 뒤로는 이란이 원유를 한 방울도 수출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선박 82척을 돌려보내고 3척을 무력화했다고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를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기뢰가 다 치워졌다는 미국 발표를 부인하며, 여전히 자신들이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바다를 두고 한쪽은 열렸다고, 한쪽은 막혀 있다고 말하는 상태가 이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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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을 흔든 것은 오만이었다. 8월 25일 이란과 오만은 공동성명을 통해 호르무즈에 임시 공동 해상 통로를 열고, 기뢰 제거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선박들은 해협 중앙을 피해 이란이나 오만 영해에 바짝 붙어 다녀야 했는데, 가운데 항로의 기뢰를 걷어내 공동 관리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곧바로 배가 다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해협이 내일 당장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건 충족과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걸었다. 양국은 30~60일 안에 영구 항로를 논의할 추가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임시 통로가 실제로 언제 열리는지, 봉쇄 당사자인 미국이 참여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의가 곧 통항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뢰 제거와 미국의 동의라는 두 관문이 남아 있어, 현재로선 물류의 실질 대안이라기보다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에 가깝다.
봉쇄가 계속되는데도 유가는 전쟁 초기보다 낮다. 8월 30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8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약 82달러 선이다. 5월 한때 WTI가 100달러를 넘고 브렌트가 110달러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달러 안팎 내려온 값이다.
이유는 공급이 풀려서가 아니라, 오만 합의로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먼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원유가 더 흘러나온 게 아니라 '곧 흐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가격을 눌렀다. 그만큼 기대가 꺾이면 되돌림도 빠를 수 있는 구조다.
호르무즈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통로 하나의 개방 여부가 유가 전체를 흔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체감은 오히려 안정 쪽이다. 8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61원, 경유는 1845원으로 15주 연속 내렸다.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8월 넷째 주 배럴당 92달러 선까지 내려온 흐름을 뒤따른 것이다.
다만 지금 하락세는 봉쇄가 풀려서가 아니라 협상 기대에 기댄 값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를 가늠하려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봉쇄가 6개월째라는 사실만으로 기름값이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국면에서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는 봉쇄 자체가 아니라, 그 봉쇄를 풀 협상이 어디까지 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