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월 25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DMZ 지뢰 폭발이 한국의 자작극이라는 서한을 보냈고, 한국 외교부도 앞서 규탄 서한을 제출했다. 안보리 서한은 표결로 채택되는 결의와 달리 당사국 입장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문서여서, 접수·회람 자체가 내용의 진위를 인증하지 않는다. 한국 군은 근거를 들어 북한 지뢰로 결론 냈고 북한 주장은 이와 배치되므로, 독자는 서한의 형식이 아니라 근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냈고, 그 안에서 DMZ 지뢰 폭발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10월 26일 전해졌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서한은 10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방문 직후 발송됐다.
여기서 먼저 짚을 것은 안보리 서한이 어떤 문서인지다. 서한은 표결로 채택되는 결의와 다르다. 결의는 이사국이 투표해 통과시키는 결정이고, 헌장 7장에 근거한 결의는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서한은 당사국이 자기 입장을 유엔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는 문서에 가깝다. 유엔이 서한을 접수해 회람한다고 해서, 그 안의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Max W
유엔 안내에 따르면, 회원국이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내는 서한은 사건이나 비(非)유엔 회의 결과를 공동체에 알리거나 보고·통신을 전달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런 서한은 안보리 문서 번호를 부여받아 공식 문서로 발행되고 이사국에 회람된다.
즉 북한의 서한도 한국 외교부가 앞서 10월 22일에 보낸 규탄 서한도, 같은 통로를 지난다. 양쪽 모두 자기 입장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문서로 등록됐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옳다는 것은 별개다. 서한 처리는 진위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는 한국 군의 조사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정리됐다. 합동참모본부는 9월 28일 중간 조사에서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아군 매설 기록이 없고, 2025년 9월 북한군의 매설 흔적이 발견됐으며, 1차 감정에서 TNT 성분이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0월 5일 최종 발표에서는 폭발 지점이 군사분계선 이남 10여m였고 북한의 플라스틱 대인지뢰로 판명됐다며,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 냈다.
동시에 군은 단정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9월 29일 국회에서 북한 지뢰가 맞다고 답하면서도, 그 지뢰가 최근에 새로 묻혔을 가능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25년 9월 매설분보다 훨씬 이전에 묻힌 것으로 본다는 취지였다. 사건의 큰 틀은 확정하되 세부는 열어둔 셈이다.
북한의 서한은 이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폭발 자체가 자작극이라는 주장, 한국이 유엔헌장을 위반했다는 주장, 영토 침범 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경고가 담겼다. 이는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북한이 서한에 담은 일방의 주장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양측 서한이 상반된 내용을 담으면, 정보가 사실 확인 없이 돌기 쉽다. 아래 기준으로 거르면 된다.
외교의 서한전은 양측이 각자의 기록을 유엔에 남기는 과정이다. 어느 쪽 문서든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진실을 가려주지 않는다. 판단은 문서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붙은 근거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