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9월 말 '한미 정상 골프 회동' 실무 TF를 꾸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6월 G7과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이 회동은 이르면 12월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된다. 골프 회동은 트럼프가 아베 전 총리와 다섯 차례 라운딩하며 신뢰를 쌓았듯 개인 친분을 외교로 전환하는 검증된 수단이지만, 대화가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약점도 함께 지적돼 왔다. 국내에서는 대구 사고 당일의 '황제 골프' 논란과 야당의 특검법 추진이 겹치면서, 같은 사안을 외교 효용으로 볼지 정치 쟁점으로 볼지가 엇갈린다.

정상끼리 18홀을 함께 도는 데는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 공식 회담은 발언 한마디가 기록되고 의제가 정해져 있지만, 골프장에서는 참모와 통역을 최소한으로 둔 채 사적인 대화가 오간다. 바로 그 비공식성이 골프 외교의 쓸모다. 이번에 추진되는 한·미 정상 골프 회동도 그런 틀에서 봐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취미를 넘어 사람을 사귀고 흥정하는 자리로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상대 정상을 라운딩에 부른다는 것 자체가 격식을 한 겹 걷어 내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Narsimha Rao Mangu
가장 뚜렷한 사례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2019년 지바 골프 회동은 두 사람의 다섯 번째 라운딩이었고, 일본은 신뢰와 친교를 다지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는 골프장이라 어려운 이야기도 편하게 꺼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같은 비공식성이 약점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2017년 회동에서는 라운딩 중 오간 국가 현안 대화가 외교 기록으로 남지 않아 투명성 논란이 일었다. 효과와 허점이 한 몸인 셈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지, 2025년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아베의 골프 인연을 앞세우며 아베가 쓰던 퍼터와 금박 골프공을 선물로 건넸다.
발단은 6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만찬이었다. 트럼프가 먼저 골프를 제안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처음엔 인사치레로 여겼다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9월 22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양자회담에서 트럼프가 비서실장에게 직접 회동을 준비시키면서, 통상적인 초대 이상의 무게가 실렸다.
이에 대통령실은 9월 말 권혁기 의전비서관이 이끄는 실무 TF를 꾸렸다. 경호처와 외교부, 국가안보실, 문화·체육 담당 비서관실이 참여해 과거 트럼프의 골프 회동 사례와 의전을 검토했다. 성사된다면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직 장소도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서 국내 여론과 외교 사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정상 간 회동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라운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0일 가족과 태릉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는데, 같은 날 대구에서 쇼핑센터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이튿날 이 일정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이를 정면으로 겨눴다. 10월 13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재명 황제 골프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며 대통령의 골프 처신과 사고 대응을 문제 삼았다. 즉 특검법이 겨냥하는 건 사적 골프와 사고 대응이고, TF가 준비하는 건 정상 외교다. 둘은 '골프'라는 단어만 겹칠 뿐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정리하면 사실관계는 분명하다. 회동 제안은 트럼프가 했고, 추진은 실무 단계이며, 시점은 미정이다. 반면 그 의미는 보는 각도에 따라 갈린다. 외교로 보면 개인 친분을 지렛대 삼는 흔한 전략이고, 국내 정치로 보면 '황제 골프' 프레임과 묶이는 소재다.
판단은 몇 가지를 더 확인한 뒤로 미뤄도 늦지 않다. 회동이 실제로 성사되는지, 성사된다면 어떤 현안이 다뤄지고 그 결과가 공식 채널로 공개되는지다. 아베의 사례가 보여 주듯, 골프 외교의 성패는 라운딩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오간 대화가 기록과 성과로 남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