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교착되며 국제유가가 5% 넘게 급등했다. 공급 차질 우려와 반도체주 약세가 겹치면서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란 외무장관의 강경한 조건 제시가 조기 타결 기대를 꺾은 가운데, 12일 발표될 미국 CPI가 다음 변수로 지목된다.
간밤 뉴욕증시는 세 대표 지수가 모두 소폭 내리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95포인트(0.11%) 내린 5만3975.98에, S&P500지수는 4.53포인트(0.06%) 하락한 7753.11에, 나스닥종합지수는 85.26포인트(0.32%) 떨어진 2만6605.36에 거래를 마쳤다. 낙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방향이 아래로 돌아섰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보여준다.
지수를 끌어내린 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5% 넘게 뛴 국제유가, 다른 하나는 반도체주의 약세다. 아주경제 등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94% 급락했고 엔비디아가 2.9%, 인텔이 4.1% 내렸다. 두 재료가 겹치면서 지수는 종일 무거운 흐름을 이어갔다.

İrfan Simsar
이날 유가 급등의 진원지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95달러(5.05%) 오른 82.13달러에, 10월물 브렌트유는 4.17달러(4.99%) 상승한 87.72달러에 마감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란은 오만과 새 항로 설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임시 항로에 국한된 이야기다. 실제 해협 재개방으로 이어지려면 별도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어서, 시장이 기대했던 조기 타결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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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무겁게 누른 것은 이란이 내건 조건의 무게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오만과의 합의가 임박했다면서도 재개방에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요구는 해상 봉쇄 종료, 경제 제재 해제, 동결 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 이란에 대한 위협 중단, 역내 미군 철수 등 여섯 가지에 이른다. 미국 역시 자국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면서 양측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조건들은 지난 6월 파기된 양해각서에 담겼던 내용이지만, 당시 핵 프로그램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상의 일부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해협 재개방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시장은 이란의 발언을 '단기간 내 해협이 열리기 어렵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그 해석이 유가 급등과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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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에게 이 흐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유가 급등은 미국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어서, 12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에 다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약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날 뉴욕에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는 1.90% 하락한 135.29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반도체주의 조정과 유가·물가 변수가 맞물리는 국면인 만큼, 국내 증시 개장 전 호르무즈 협상 소식과 CPI 결과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당분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