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약 15%와 이사회 참여를 미국 정부·대주주와 협의 중이다. 성사되면 미국 내 대형 원전 8~10기 건설 참여와 제3국 수출에서 걸림돌이던 지식재산권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몫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지분율과 의결권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17~18일 예정된 양해각서 체결 여부와 최종 조건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인수를 놓고 미국 정부, 그리고 대주주인 캐나다 브룩필드·카메코와 협의 중이다. 한국이 목표로 삼은 지분은 약 15%다.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를 150억~200억 달러로 보면, 15%는 22억5000만~30억 달러, 우리 돈 3조~4조원 규모다.
한국은 지분과 함께 이사회 자리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사회는 6명으로,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각각 3명씩 지명한다. 여기에 한국이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측은 경영 참여에 신중하다. 한국이 APR1400 원전을 앞세운 수출 경쟁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걸린다.
한 가지 짚어둘 대목이 있다. 한국은 15%를 목표로 하지만, 미국이 5~10% 수준의 투자를 제안하며 의결권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지분율과 의결권의 최종 수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arowar Hussain
이 협의는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며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4년 8월 APR1400에 미국 원천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정했다.
이 다툼은 2025년 1월 봉합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은 50년간 유효한 합의문에 서명했고, 여기에는 원전 1기당 1조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와 로열티 지급, 유럽 시장 독자 진출 제한 등이 담겼다. 사실상 한국의 해외 수출에 웨스팅하우스라는 관문이 놓인 셈이다.
동시에 미국은 원전이 급히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가 끌어다 쓰는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형 원전 8~10기를 짓는 최소 8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미국은 이 건설에 한국의 시공 역량을 쓰고 싶어 하고, 한국은 로열티를 내는 하청이 아니라 지분을 쥔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 지분 협의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분 참여가 현실이 되면 한국의 위치가 두 방향에서 바뀔 수 있다.
첫째, 미국 안이다. 웨스팅하우스 지분과 이사회 자리를 확보하면,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된다. 시공을 맡기는 쪽과 맡는 쪽의 관계에서, 사업을 함께 설계하는 관계로 옮겨갈 여지가 생긴다.
둘째, 제3국 수출이다. 2025년 합의로 한국은 유럽 등지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조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분을 통해 지분 관계로 얽히면, 수출 때마다 불거지던 지식재산권 문제를 협상 테이블 안에서 풀 여지가 커진다. 경쟁자로 부딪치던 구도가 이해를 공유하는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지분율과 의결권이 실질적 영향력을 보장하는 수준일 때의 이야기다. 5% 안팎의 소수 지분에 그친다면, 상징적 참여에 머물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일정이다. 관련 양해각서는 17일 국회 보고를 거쳐 18일 체결이 예정됐으나, 상황에 따라 미뤄질 수 있다. 체결 여부와 시점 자체가 협의 진척을 가늠하는 신호다.
그다음은 숫자다. 최종 지분율이 15%에 가까운지 아니면 그 아래인지, 이사회 자리를 몇 개 얻는지, 의결권이 어느 정도인지가 핵심이다. 이 세 가지가 '파트너'와 '소수 투자자'를 가른다. 지분 인수라는 큰 방향보다, 그 안의 조건을 따라가며 보는 편이 실제 변화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