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시진핑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계기에 만나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다시 논의한다고 러시아 측이 밝혔다.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이 6,700km 사업은 2020년부터 협상했지만 가격 이견으로 여섯 해째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은 이 가스관의 직접 수입국이 아니어서, 실제 영향은 계약 체결과 착공 여부를 지켜본 뒤에야 가늠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 정상이 또 한 번 가스관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는다.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이 처음 꺼내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나라는 2020년부터 협상해 왔고, 불과 2026년 5월 베이징 회담에서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크렘린은 큰 틀의 공감대를 강조했지만,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은 미뤄졌다.

Oleksiy Yeshtokyn,🌻🇺🇦🌻
시베리아의 힘 2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시작해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노선이다. 총연장은 약 6,700km, 연간 수송 능력은 500억㎥ 규모로 설계됐다. 이미 가동 중인 기존 '시베리아의 힘 1'이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부를 잇는다면, 2호선은 서시베리아 가스전을 몽골 경유로 중국 수요지까지 끌어오는 그림이다.
노선과 타당성 조사, 건설 계획 같은 기술적 밑그림은 대체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은 건 사업의 뼈대가 아니라 조건이다.
협상이 길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이다. 중국은 낮은 값에 장기간 공급받기를 원하고, 러시아는 되도록 높은 값을 받으려 한다. 2022년 이후 고유가 국면에서 중국이 양보하리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회담은 번번이 서명 없이 끝났다.
두 나라의 급한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협상 온도차로 이어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가스 시장을 잃은 뒤 대체 판로가 절실하다. 반면 중국은 카타르, 중앙아시아, 미국산 등 공급원을 여러 갈래로 벌려 놓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적다. 파는 쪽이 급하고 사는 쪽이 느긋한 구도다.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물량 자체를 넘어선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던 가스를 아시아로 돌리는 흐름은, 서방 중심으로 짜였던 에너지 공급망 바깥에서 새로운 축을 세우는 일이다. 유럽向 파이프라인과 서방 금융·보험망을 거치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이 육상 관로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국 에너지·교역 확대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우회하려는 큰 그림과도 맞물린다. 다만 이런 재편이 실제 가스 흐름으로 굳어지려면 계약과 착공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독자가 가장 궁금할 대목은 '그래서 우리 가스요금에 오나'일 것이다. 결론부터 보면 한국은 이 가스관의 직접 수입국이 아니다. 한국은 러시아 파이프 가스를 관으로 받지 않고, 카타르·호주·미국 등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배로 들여온다. 시베리아의 힘 2는 한국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영향이 있다면 간접적이다. 러시아 가스가 중국의 파이프로 대거 흡수되면 중국이 배로 사들이던 LNG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그만큼 세계 LNG 시장에 여유분이 늘어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가스관은 착공에서 완공까지 수년이 걸려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고, 이번 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계약이 나올지부터가 아직 미지수다.
확인할 지점은 몇 가지로 좁혀진다. 양해각서 수준을 넘어선 구속력 있는 계약이 체결되는지, 착공·완공 시점과 연간 물량이 명시되는지, 그리고 이후 중국의 LNG 수입량이 실제로 줄어드는지다. 이 네 가지가 잡히기 전까지 국내 가스 가격과의 연결은 성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