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9월 3일 공식 사이트에 이민 등 정책을 홍보하는 레트로 게임 5종을 올렸다가, 대표작 '빌드 더 월'을 8일 삭제했다. 테트리스와 지나치게 닮은 이 게임에 대해 테트리스컴퍼니가 브랜드와 IP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공개 선을 그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홍보 영상에 세가·닌텐도 등 여러 게임사의 음악과 이미지를 무단으로 쓴 정황이 남아 있어 추가 논란 여지가 있다.

백악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려고 만든 레트로 게임 하나가 공개 며칠 만에 조용히 사라졌다. 9월 3일 백악관 공식 사이트에 문을 연 '아케이드' 코너의 대표작 '빌드 더 월'이 8일 접속하면 404 오류만 뜨는 상태가 됐다. 이유는 정책 비판이 아니라 저작권이었다.
떨어지는 블록을 쌓아 벽을 만드는 이 게임의 방식이 테트리스와 너무 닮았고, 테트리스 측이 선을 긋자 백악관이 게임을 내렸다. 홍보하려던 이민 정책보다 '남의 게임을 베꼈다'는 사실이 더 크게 회자된 셈이다.

Ellie Burgin
아케이드 코너에는 저해상도 게임 다섯 종이 올라왔다. '빌드 더 월'과 함께, 트럼프를 닮은 백인 남성이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을 붙잡아 연행하는 '리오 런', 신생아 자산 형성을 홍보하는 '트럼프 세이빙스 타이쿤', '플래피 빌', '서플라이 라인'이 들어갔다. 여섯 번째 게임도 예고됐다.
문제는 게임의 소재였다. '빌드 더 월'은 국경을 넘어오는 무리를 좀비처럼 그려 블록으로 막는 방식이고, '리오 런'은 실제 추방 정책을 오락으로 바꿔놓았다. 추방을 게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공개 직후부터 나왔다.
정책 논란과 별개로, 백악관의 발목을 실제로 잡은 건 저작권이었다. 테트리스컴퍼니는 공개 이튿날 입장을 냈다. 회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빌드 더 월'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침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버라이어티에는 백악관이 "테트리스 브랜드나 지식재산을 승인하거나 라이선스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권리사가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이상 백악관으로선 게임을 유지할 명분이 약했다. 결국 '빌드 더 월' 페이지는 8일 내려갔고, 나머지 네 종은 그대로 남았다. 이 삭제는 백악관의 공지가 아니라 게임 매체 코타쿠가 404를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빌드 더 월만 사라졌을 뿐 IP 무단 차용 논란은 아케이드 전체에 걸쳐 있다. 백악관이 아케이드를 홍보하며 올린 영상에는 세가,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팅 음악과 이미지가 등장했다. 소닉 시리즈의 '그린 힐 존' 음악이 대표적이고, 닌텐도 사운드와 UI를 끌어다 썼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즉 테트리스 건은 하나의 사례일 뿐, 정부 기관이 여러 게임사의 자산을 허가 없이 갖다 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다른 권리사들이 같은 요구를 할 경우 아케이드가 더 줄어들 여지도 있다.
게임 매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정책 홍보라는 취지보다, 완성도가 낮은 데다 인기작을 그대로 흉내 낸 점, 그리고 추방 같은 민감한 사안을 오락으로 다룬 점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백악관이 정식 게임사와 협업하지 않고 직접 만든 결과가 이런 형태로 드러난 셈이다.
정책을 대중에게 쉽게 알리려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남의 게임을 허락 없이 베낀 탓에, 메시지보다 저작권 시비가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자충수가 됐다. 홍보물을 만들 때 원작자 동의를 건너뛰면 콘텐츠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이렇게 짧게 끝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