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CPI가 전년 대비 3.4%로 예상에 부합하며 소폭 둔화했고, 발표 직후 증시 선물과 위험자산이 일제히 올랐다. 다만 시장이 반영한 것은 9월 인하가 아니라 추가 인상 없는 동결로,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동결 확률은 58%에서 63%까지 높아졌다. 지금의 랠리는 긴축 종료 기대에 기댄 것이어서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기보다 다음 고용·물가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전년 대비 3.4% 올라 6월(3.5%)보다 소폭 둔화했고,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근원 CPI도 2.5%로 내렸다. 발표 직후 뉴욕증시 선물이 오르고 국채금리와 달러가 약해졌다. 시장은 분명히 안도했다.
다만 이 안도를 '9월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로 읽으면 한 걸음 앞서간 것이다. 지표가 확인해 준 건 인하가 아니라, 적어도 추가 인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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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뜯어보면 안도의 근거가 보인다. 물가를 끌어올리던 주거비가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고, 자동차보험료는 두 달 연속 내렸다. 좀처럼 안 떨어지던 끈적한 항목들이 식고 있다는 신호다.
근원 CPI가 2.5%로 6월(2.6%)보다 내린 점도 중요하다. 근원 지표는 연준이 물가의 진짜 추세를 볼 때 더 신뢰하는 숫자다. 헤드라인뿐 아니라 근원까지 함께 둔화했다는 건, 이번 둔화가 일시적 착시가 아닐 가능성을 높인다.
'예상 부합'이라는 결과 자체도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물가가 예상보다 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연준이 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줄기 때문이다. 간밤 S&P500이 7798.99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배경에도 이 안도가 깔려 있다.
여기서 오해가 갈린다. CPI 발표 전 시장의 관심은 '인하냐 동결이냐'가 아니라 '동결이냐 인상이냐'였다. 물가가 다시 튀면 연준이 한 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CPI가 예상에 부합하자 그 인상 우려가 물러났다.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동결 확률은 발표 후 58%로 올랐고, 이틀 뒤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예상을 밑돌면서 63%까지 높아졌다. 즉 시장이 반영한 건 '인하 임박'이 아니라 '인상은 없고 일단 동결'이다.
언론의 해석도 한 방향은 아니다. 일부는 물가 둔화가 연준에 금리인하 명분을 줬다고 봤고, 다른 쪽은 인하보다 동결에 무게가 실렸다고 짚었다. 방향이 갈릴 때는 시장이 실제로 돈을 걸어 둔 확률, 즉 페드워치 수치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 덜 흔들린다.
물론 물가가 계속 식으면 연내 인하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9월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는 건 근거가 약하다. 가능성과 확정을 섞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지표 안도는 곧바로 위험자산 매수로 이어졌다. 뉴욕에서는 기술주가, 국내에서는 반도체가 올랐고 코스피는 15거래일 만에 70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도 유가증권시장에서 8000억원 안팎을 순매수했다.
이 흐름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이 '긴축은 사실상 끝났다'는 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베팅이 아직 실제 인하가 아니라 기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만으로 오른 부분은 다음 지표 하나에 되돌려질 수 있다. 9월 FOMC 전까지 나올 고용과 물가 지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