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스위스 쉰들러의 3,250억원 규모 투자자-국가 분쟁(ISDS)에서 전부 승소한 판정이 최종 확정됐다. 쉰들러는 정부가 현대엘리베이터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정부 조치가 정당했다고 봤다. 다만 엘리엇·메이슨처럼 결과가 엇갈린 사건도 있어, 한국의 ISDS 방어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줄여서 ISDS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한 나라의 정부 조치로 손해를 봤다고 판단할 때 그 나라 법원이 아니라 국제 중재기구에 직접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근거는 두 나라가 맺은 투자협정이다.
핵심은 상대가 기업이 아니라 국가라는 점이다. 쉰들러가 다툰 것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한국 정부였다. 이 구조 때문에 배상 판정이 나면 국고에서 돈이 나간다.
이번 사건에서 법무부는 9월 28일 정부가 전부 승소한 판정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Serdar Göksu
쉰들러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다. 쉰들러의 주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현 HMM)의 경영권을 지키려고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유상증자를 반복하는 사이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로 화살이 향한 논리가 ISDS의 특징을 보여준다. 쉰들러는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고 감독하지 않아 자신의 투자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의 행위가 아니라 이를 방치했다는 감독 당국의 부작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법적 근거는 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사이의 투자협정이었다.
쉰들러는 2018년 소송을 냈고, 청구액은 처음 약 4,900억원에서 심리 과정에서 3,250억원대로 줄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의 조치가 합법적 권한 범위 안에 있었다고 보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소송비용 약 96억원도 쉰들러가 부담하게 됐다.
중재판정은 한 번 나왔다고 끝나지 않는다. 진 쪽은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별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쉰들러 건은 지난 3월 중재판정부가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쉰들러가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에 소송을 내지 않으면서 판정이 그대로 굳었다. 확정이라는 말은 이제 뒤집힐 여지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쉰들러 승소만 보면 한국의 방어가 견고해 보이지만, 다른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달라진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두 건이 대표적이다. 메이슨이 낸 ISDS는 2024년 4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438억원과 지연이자 배상을 판정했고, 정부가 2025년 항소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정부가 진 사건이다. 엘리엇 건은 2023년 6월 약 690억원 배상 판정이 나왔지만, 2026년 2월 영국 법원이 이 판정을 취소해 사건을 다시 중재로 돌려보내면서 아직 진행 중이다.
| 사건 | 사안 | 결과 |
|---|---|---|
| 쉰들러 | 현대엘리베이터 | 정부 전부 승소·확정 |
| 메이슨 | 삼성물산 합병 | 438억 배상·확정 |
| 엘리엇 | 삼성물산 합병 | 690억 판정 후 재심리 |
같은 정부가 어떤 건은 완승하고 어떤 건은 물어주게 됐다는 사실은, ISDS 결과가 정부의 협상력만이 아니라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쉰들러 승소는 정부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3,250억원이라는 국고 유출을 막았다는 실리다. 다른 하나는 금융·공정거래 당국의 감독 재량이 국제 중재에서 정당하다고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다만 이 결과를 규제를 강화해도 문제없다는 신호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메이슨 사건처럼 정부 조치가 배상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와 얽힌 규제·감독은 여전히 국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결국 관건은 규제의 강도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합법적 절차와 충분한 근거 위에 있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