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8월 19일 이란을 겨냥해 '전례 없는 경제 전쟁'을 예고하며 제재의 초점을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으로 옮겼다. 이는 이란만 조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동맹국까지 미국 시장이냐 이란 거래냐를 택하게 만드는 2차 제재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관건은 중국·인도 같은 큰 손이 실제로 이란산 원유를 끊느냐이며, 그 향방은 호르무즈 리스크가 반영되는 국제유가에서 먼저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과 고립"을 예고했다. 석유 밀수부터 통화 스와프, 현금 송금, 환전소, 선박 등록, 유령회사까지 이란과 연결된 거래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목할 점은 압박의 방향이다. 이번 조치의 실질적 표적은 이란 자체가 아니라 이란과 여전히 거래하는 제3국이다.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8월 21일 CNBC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업하는 국가와 기업에 미국이 "전력을 다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미 오래 제재를 받아온 만큼, 남은 숨통을 끊으려면 이란에 돈줄을 대는 바깥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Photo by Maxim Hopman on Unsplash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제재는 2018년 이란 핵합의 파기 이후 이어진 '최대 압박' 정책의 연장선이다. 다만 결이 다르다.
베선트는 미국의 접근이 군사 작전에서 경제 제재로, 즉 "장대한 분노에서 경제적 분노로" 옮겨갔다고 표현했다.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 전쟁의 무게중심이 폭격에서 돈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1기 때가 이란 원유 수출을 직접 겨냥했다면, 이번엔 그 원유를 사주는 쪽을 정조준한다. 이란 자금을 처리하는 중국 대형 은행에 대한 제재, 이란 주변국을 동원한 육상 봉쇄, 이란을 돕는 국가에 매기는 2차 관세 권한 확대 등이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을 고립시키는 정책에서, 이란과 세계 경제를 잇는 연결로 자체를 끊는 정책으로 성격이 바뀐 셈이다.
동맹국에 던진 압박은 흔히 '양자택일'로 불린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계속 접근할 것이냐,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할 것이냐 사이의 선택이다.
2차 제재의 무기는 이 접근권이다. 어떤 나라의 은행이 이란 관련 거래를 처리하면 그 은행이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 세계 무역 대부분이 달러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이는 사실상 미국 시장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생명줄"을 주는 나라는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거론되는 대상은 중국을 필두로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등이다. 다만 이 압박이 실제로 관철될지는 다른 문제다. 트럼프 1기에도 이란산 원유에 의존하는 나라들에는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상대국의 반발과 자국 기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2차 제재를 끝까지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이 사안이 한국 독자의 지갑과 만나는 지점은 국제유가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곧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다.
시장은 이미 이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 유조선 공격 소식에 브렌트유는 하루 1.7% 올랐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선박의 호르무즈 통항 금지를 추진하자 브렌트유가 4%, WTI가 3% 급등한 날도 있었다. 반대로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을 때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브렌트유는 8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리하면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중국·인도가 이란산 원유를 실제로 줄이는가. 둘째,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긴장이 어디까지 가는가. 협상 기류가 살아 있는 국면이라면 제재 예고에도 유가는 크게 튀지 않는다. 하지만 협상이 틀어지고 해협 봉쇄나 통항 제한이 현실화되면 유가는 다시 뛸 수 있고, 그 부담은 정유·항공주와 물가를 통해 국내로 넘어온다.
지금은 정식 행정명령과 제재 명단이 나오기 전의 예고 단계다. 발언의 수위와 실제 집행은 다를 수 있는 만큼, 성명 자체보다 큰 손들의 원유 구매가 줄어드는지, 유가의 호르무즈 프리미엄이 붙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