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센터 이사회를 장악해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 했지만, 연방법원이 9월 15일 의회 승인 없는 기념물 설치를 금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그는 수리를 명분으로 센터를 최대 2년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방식의 핵심은 예산과 인사권을 지렛대로 문화기관을 통제하는 데 있다. 스미소니언에도 같은 압박이 시작된 만큼, 다른 기관으로 확산될지는 이 지렛대가 어디까지 통하느냐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직후 케네디센터 이사회를 장악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이사장을 해임하고 스스로 이사장이 됐으며, 공연 목록이 좌편향이라며 이사진을 측근으로 채웠다. 이사회를 초당적으로 구성하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였다.
2025년 12월 이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센터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기념공연예술센터'로 바꾸기로 했다. 이후 외벽에 이름을 직접 붙이려다 법원에 막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복원·리모델링한 케네디센터'라는 표기를 밀어붙였다.
제동은 사법부에서 걸렸다. 연방지방법원의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9월 15일 의회 승인 없이는 케네디센터에 누구의 기념물도 설치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사회가 수리를 명분으로 센터를 최대 2년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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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의 본질은 이름 그 자체보다 방식에 있다. 의회는 이미 개보수 명목으로 약 2억5700만달러, 우리 돈 3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업에 자신의 이름 표기를 조건처럼 걸며 진행을 막아섰다.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인사와 돈이다. 이사장 자리를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을 쥐고, 예산 집행과 개보수를 지렛대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구조다. 법원이 이름 표기를 막자 이번엔 폐쇄 카드로 맞선 흐름이 이를 보여준다.
예술계의 반발은 명칭 하나에 대한 감정적 거부가 아니다. 근거는 몇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절차다. 케네디센터 설립을 규정한 법률에 본래 명칭이 명시돼 있어, 이를 바꾸려면 의회 양원을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이 절차를 건너뛴 셈이다. 다음은 프로그램 개입이다. 공연이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이사진을 교체한 것은, 예술 기관의 운영을 정치적 잣대로 재편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현장의 반응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뮤지컬 '해밀턴' 제작진은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공연을 보이콧해 취소됐다. 기부금 수익은 25%가량 부족해졌고, 약 2300만달러(315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 티켓 판매량도 3분의 1 넘게 줄었다. 관객과 후원, 예술가가 동시에 등을 돌린 신호다.
이 방식이 케네디센터에서 끝날지 보려면 몇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같은 지렛대가 다른 곳에도 걸려 있는지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스미소니언에 이념적 행동주의를 이유로 연방지원 중단을 위협했고, 2026년과 2027년 예산에서 스미소니언 기금을 10억달러 아래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방 예산에 의존하는 기관일수록 압박이 통하기 쉽다.
둘째, 사법부의 제동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다. 케네디센터에서는 법원이 기념물 설치를 막았지만, 예산 삭감이나 인사권 행사는 법적으로 다투기가 더 까다롭다. 셋째, 기관 내부와 여론의 저항 강도다. 보이콧과 후원 이탈처럼 실질적 비용이 커질수록 압박의 효과는 반감된다.
정리하면, 확산 여부는 예산 의존도와 사법적 견제, 그리고 현장의 저항이라는 세 변수의 힘겨루기에 달려 있다. 케네디센터는 그 첫 시험대이고, 스미소니언은 이미 다음 무대에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