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 15일 0시부로 직권면직되면서 후임 없이 박정성 통상차관보 중심의 비상체계가 가동됐다. 한미 관세협상은 이미 지난해 큰 틀이 타결돼 남은 것은 이행 협의여서, 관건은 협상 자체보다 이를 끌고 갈 후임 인선과 실무 라인의 유지 여부다. 앞으로 인선 속도와 실무팀 존속, 미국 측 반응을 지켜보면 이번 교체가 협상 일정에 주는 부담을 가늠할 수 있다.
8월 15일 0시부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직권면직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으로, 공무원 신분 자체를 박탈하는 이례적 조치다. 진행 중이던 한미 통상 실무의 최고 책임자가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고,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했다.
당장 협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한미 관세협상의 큰 틀은 이미 지난해 타결됐기 때문이다. 지금 흔들리는 것은 협상 자체보다 그 협상을 끌고 갈 사람과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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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 사유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임면권자의 권한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부처 차원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대신 "통상 현안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관세협상과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쿠팡 관련 통상 현안을 총괄해왔다. 통상 라인의 연속성을 상징하던 인물이었던 셈이다.
본인은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책 판단보다 개인 관련 사안이 인사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어느 쪽도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배경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핵심은 후임 인선이다. 8월 15일 현재 후임 통상교섭본부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박정성 통상차관보가 실무를 총괄하는 비상체계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통상 협상은 본부장 한 사람이 아니라 실무 국·과 단위 협상팀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본부장이 바뀌어도 실무진이 유지되면 세부 협의는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본부장 교체가 실무 라인 개편으로 번지면,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쌓아온 신뢰와 협상 맥락이 초기화될 위험이 있다. 이번 교체의 파급력은 결국 인선이 얼마나 빨리, 어떤 성향의 인물로 채워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 정리된 부분과 남은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2025년 10월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최종 합의해 자동차·부품 관세와 상호관세를 각각 15% 수준으로 정리했고,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현금 투자는 2000억 달러, 연간 상한은 200억 달러로 못 박았으며, 2025년 11월 관련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즉 협상의 골격과 서명은 끝났다. 남은 일은 이 합의를 실제로 이행하는 후속 협의와,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같은 개별 현안 대응이다. 본부장 공백이 치명적인지 여부는 이 후속 단계에서 얼마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지에 달려 있다.
이번 교체가 한미 협상 일정에 실제로 부담이 될지 판단하려면 몇 가지를 지켜보면 된다.
첫째, 후임 인선 속도다. 며칠 안에 후임이 지명되면 공백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인선이 길어질수록 이행 협의가 밀릴 여지가 커진다. 둘째, 실무 협상팀 유지 여부다. 박정성 차관보 체계에서 기존 실무진이 그대로 협상을 이어가는지, 아니면 라인 전체가 흔들리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미국 측 반응이다. 카운터파트가 협상 창구 변화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향후 속도를 좌우한다.
당분간은 산업부의 인선 발표와 통상 현안 관련 브리핑을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협상이 백지화된 상황이 아니라, 운전대를 누가 잡을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