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하키 한국-방글라데시전에서 애국가 순서에 북한 국가가 재생되고 국민의례가 생략됐다. 한국 선수 순서에 하필 북한 국가가 나온 사고라 남북 관계라는 민감한 변수가 얹혀 파장이 커지기 쉬운 사안이다. 고의성 여부, 정부·체육회의 공식 항의 여부, 운영 미숙의 누적성이 외교 문제로 번질지를 가르는 기준이다.
9월 18일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 그린 스타디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하키 A조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경기 직전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국가"를 안내한 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것은 애국가가 아니라 북한 국가였다.
선수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웅성거렸지만 음악은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나운서는 "국가를 잘못 틀었다"며 사과했으나 애국가는 다시 나오지 않았고, 방글라데시 국가가 먼저 재생됐다. 조직위원회는 한국 애국가 순서에 북한 국가를 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에 쫓겨 방글라데시 국가만 튼 채 경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선수단은 국민의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경기 자체는 5-0 완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남자 하키 민태석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며 차량 배차가 강압적이고 대회 운영이 어수선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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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축구에서는 북한 선수를 소개하는 전광판에 남한 국기가 표시됐고, 북한 선수단이 항의하면서 콜롬비아와의 경기가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 같은 해 쿠웨이트에서 열린 한 사격대회에서는 카자흐스탄 금메달 시상식에 영화 '보랏'의 풍자 국가가 흘러나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가까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잘못 호명됐고, 폐회 무렵 게양된 올림픽기는 위아래가 뒤집혀 있었다. 대부분은 주최 측이 국가 음원이나 국기 데이터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아 생긴 실무 실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파리의 오호명이나 쿠웨이트의 음원 사고는 준비 부실에 가깝다. 반면 이번처럼 한국 선수 순서에 하필 '북한' 국가가 나온 경우는 남북 관계라는 민감한 변수가 얹혀 파장이 커지기 쉽다.
외교 사안으로 격상될지는 몇 가지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다.
첫째는 고의성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음원 파일을 잘못 재생한 단순 실수이고, 조직위가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의도가 개입됐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둘째는 공식 항의 여부다. 현재는 감독의 현장 불만 수준에 그친다. 대한체육회나 정부가 조직위에 공식 항의를 접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2년 런던 사례에서 북한이 강하게 항의하며 이슈가 커졌지만, 그때도 국가 간 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셋째는 누적성이다. 이번 대회는 북한 선수단 입촌식이 1시간 30분 넘게 지연되는 등 개막 전부터 운영 미숙 지적이 이어졌다. 개별 실수가 반복되면 단순 해프닝이 대회 운영 신뢰 문제로 옮겨간다.
정리하면, 이 사고는 지금 시점에서 외교 갈등보다 대회 운영의 문제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조직위의 후속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그리고 한국 측이 이를 공식 문제로 제기하는지가 향후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다. 개막식이 9월 1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회 초반의 이런 잡음이 얼마나 빨리 정리되느냐가 남은 2주의 인상을 좌우할 것이다.